나를 씻어 내릴 거 같았던 비가 어느새 말끔히 그쳤다. 해가 쨍하니 나를 질렀다. 서울의 햇살이 이렇게 따갑나 할 정도로 세고 단단했다. 그 단단함이 내 어깨까지 눌렀다. 피곤함이 온몸을 덮쳤다. 오프라인 페어를 참여하기 위해 나는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코엑스에 향했다. 코엑스에는 많은 사람이 몰렸다. 별다른 움직임 없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닳았다. 이 닳은 에너지가 가끔 의외의 곳에서 충전될 때가 있다. 지나가던 사람의 ‘귀엽다’ ‘응원할게요’ ‘힘내세요’라는 한마디와 다른 작가님들이 나눠주시는 간식 하나가 별거 아닐지 모르는 이 작은 호의가 내 안의 에너지를 채우는 힘이 된다. 말로 감정을 짓는다. 상대는 나에게 옅은 한마디였겠지만 나에겐 아니다. 솥 밥에 밥을 짓듯이 오랜 시간 뜸을 들인 밥처럼 귀한 말들이다. 잘 지은 밥 한 그릇 먹은 기분이다. 오늘을 버티는 힘이었다. 장마 끝에 번지는 무지개처럼 나의 미소를 번지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