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

by 채지연
100일-10줄-챌린지.jpg

웃으면 행복하다, 행복하니깐 웃는다. 어떤 인과관계가 아니라 행복이 따로 있는 걸까. 중학교 시절 송충이가 바람에 떼굴떼굴 굴러가는 모습을 보며 자지러지게 웃은 적이 있었다. 엄마는 그것을 보고 말했다. “어리니깐 바람에도 웃는구나!”. 세월은 엄마의 웃음을 뺏어갔다. 나는 아직 그 세월이 오지 않았기에 집안에는 나의 웃음은 가득했지만, 엄마의 웃음은 좀처럼 들을 수 없었다. 엄마는 나의 웃음을 질투했다. 내가 시시콜콜하니 내뱉는 말처럼 웃음을 달고 있으면 말했다. “여자애가 왜 이리 실없이 웃어” 나는 어느새 양손으로 입을 막고 웃음을 참았다. 나의 웃음은 행복이 아니라 경박스러움이고 숨겨야 하는 것 같았다. 송충이의 모양만 봐도 웃는 내 모습이 엄마는 부러웠고, 자신의 어릴 적에는 그럴 여유조차 없단 사실에 엄마는 눈물을 흘리곤 했다. 엄마의 곁을 떠나고 나서 나는 제일 먼저 마음껏 웃었다. 오기처럼. 나는 엄마를 이해하기 어려웠고, 엄마는 나를 품기에 어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장마 끝에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