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옹졸한걸까
기억은 무섭다.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아, 기억의 서랍에 안쪽에 처박아 두었다 하더라도 갑자기 툭 하고 튀어나올 때가 있다. 무방비한 상태에서 발견하면 더욱이 마음이 좋지 못하다. 차라리 잊어버렸음 좋았을 텐데, 기억은 잔인하다. 잊고 싶은 기억은 잊지 못하고 되려 생생하게 그 자리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기억의 서랍 속에서 발견한 나의 기억은 생생하다 못해 나를 그때의 그 자리로 데려 가공한다. 그때의 공기, 기온, 내가 앉아있던 소파의 질감, 뭐 하나 잊지를 못한다. 바스락거리던 발밑의 낙엽의 소리마저 귓가에 들린다. 여전히 기억의 서랍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나는 또다시 그것을 꽁꽁 묶어 서랍 속 깊숙이 처박아 둔다. 언제쯤이면 그것이 나와도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괜찮아지지 않는다. 점점 역치가 낮아진다. 괜찮다 괜찮다 스스로 되뇌어보지만 되뇌어질 수 있는 록 그때의 기억이 더 생생해지는 기분이다. 나만 이렇게 옹졸하게 옛 기억에 상처를 받는 것일까. 내가 모자란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