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by 채지연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숨 고르기를 했다. 내내 바삐 쉬었던 숨이 일정하게 고르게 쉬어졌다. 밖을 보니 여전히 흐린 날씨였다. 숨 가쁘게 오느라 날씨가 어떤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한두 방울 어깨를 건드리던 빗방울조차 가늠하지 못했다. 뭐가 그리 바쁘다고 숨 가쁘게 왔을까. 숨을 한 번 더 몰아쉬었다. 멍하니 수속 창구를 보니, 비행기가 지연되었다는 안내판이 걸려있었다. 굳이 내가 뛰어오지 않아도 1시간이나 여유가 있었다. 맥이 탁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한가지 다행인 점은 더 이상 비행기를 탈 때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아침에 잊고 약을 먹지 않았지만 괜찮았다. 용기 내어 돌아갈 때도 약을 먹지 않았더니 괜찮았다. 더 이상 비행기의 바닥이 날 추락시킬 거 같은 불안과 망상이 날 괴롭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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