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나를 찾지 않았다

by 채지연

아빠 집에서 걸어 5분 남짓한 거리에 요양원이 있었다. 앞에 먼저 온 다른 가족들이 유리창에 다닥다닥 붙어 먼저 면회하고 있었다. 참 다정한 가족들이었다. 10분의 시간이 아쉬워 발걸음을 떼지 못하였다. 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이었다. 할머니에 대한 애정이 많지. 않기에 나는 삐쭉삐쭉 마당의 흙을 파고 있었다. 내가 아빠를 보러 간다고 했을 때, 아빠는 할머니 요양원에 예약하겠다고 했다. 나는 ‘굳이?’라고 대답을 했다.

“어차피 할머니는 해석이만 예뻐하는 데 내가 갈 필요가 있을까?”

라며 샐쭉했다. 토라진 마음도 아니고, 어린애 같은 마음도 아니었다. 진실이었다. 나의 말에 아빠는 내 볼을 살짝 톡치며 그런 말 하지 말라며 분명 반겨주실 거라 했다. 나는 안다. 할머니는 지독한 남아선호사상을 가진 분이시란걸. 아니나 다를까 할머니는 해석이를 보자마자 함박웃음을 지으셨다. 유리창에 손을 가져다 대며 우리 해석이가 왔냐고 눈물까지 지으셨다. 나는 그냥 뒤에서 뻘쭘이 있었다. 아빠는 내가 왔다며 뒤에 있는 날 우득우득 앞으로 끄집어냈다. 할머니는 멀뚱히 날 바라보셨다. 역시나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십 년 만에 보는 손녀였다. 서운함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옆에는 제 남편이에요”

라고 성문이를 인사시키고 뒤로 빠졌다. 괜히 성문이에게 미안했다. 손녀사위가 왔는데 애초에 나부터 반겨주지 않으니, 환대를 못 받는 거 같아 그것이 속상했다. 아빠와 동생은 내가 안쓰러웠는지, 너무 오랜만에 와서 나를 잊은 것이라고 나의 마음을 풀어주려 했다. 되려 그 말에 화가 나서 그만하라고 퉁명스럽게 쳐냈다. 괜찮다. 풀어줄 마음 따위 없다.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으니 상할 마음이 없다. 알고 있었다. 할머니가 애타게 찾았던 건 내가 아니라 해석이었으니깐. 나를 인사시키는 와중에도 아빠에게 돈을 달라는 할머니를 보며, 티끌만큼 남아있던 기대감도 바스락 사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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