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집한가운데에는 오래된 감나무가 있다. 봄과 여름에는 감나무를 타고 놀았다. 가을이되면 주렁주렁 열리는 감을 긴 장대로 따먹었다. 가을이 지나 감이 잘 익으면 감을 깎아 처마에 매달아 곶감을 말렸다. 처음에는 하얀 설탕이 밖으로 나와 곰팡이 인줄 알고 먹지 않으려 했지만 한번 맛본 곶감은 헤어나올 수 없었다. 동생은 커다란 감나무를 보자마자 장난스레 말했다.
“아빠 이거 묘목으로 팔아버리자”
“이걸 어떻게 팔아 이자식아”
아빠는 작게 화를 냈다. 동생은 금새 머슥해져 감나무를 바라보았다. 나도 아빠의 말에 동의했다. 추억이 가득한 나무였다. 아빠는 나에게 또 당부를 했다. 이 나무와 이 집은 절대 처분하지 말라고. 작은아빠와 동생과 내가 모일 수 있는 이 공간을 소중히 여겨달라고. 아마도 아빠는 나에게 이곳을 선물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한참을 오지 않았던 딸이 이곳에 모이자 아빠는 집안 곳곳을 보여주며 말했다. 낡고 쓸모없는 집이었지만 집안 곳곳에 아빠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감나무 아래는 초록빛의 부추꽃이 피었다. 아빠는 간혹 그 부추를 따다가 부추전을 해먹는다 했다. 한쪽에는 작은 텃밭이 있었다. 꼬들빼기와 깻잎이 피어나있었다. 어쩐지 점심에 내 얼굴만한 깻잎을 보여주며 아빠가 키운거라 하더니 여기서 난거구나 신기했다. 아빠의 손길 하나하나가 닿은 공간이 아련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