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는 동안 아빠는 계속 말했다. ‘아빠가 어떻게 되더라도’라고. 아직 한참인 나이일 텐데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답답했다. 아빠는 할머니 집은 팔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 집은 꼭 남겨두어서 나중에 해석이고 와서 놀고, 작은 아빠도 한 번씩 쉬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하였다. 아빠가 말하는 나의 미래에는 항상 아빠가 없다. 모두의 삶은 끝을 향해 달려간다고 하지만, 아빠는 정말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 같아 속상했다.
아빠의 집안 살림을 정리해주려, 서랍장을 열었다. 서랍장에 파스와 타이레놀이 수없이 들어 있었다. 너무 많아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한두 알씩 남은 타이레놀 상자를 정리했다. 그때그때 아플 때마다 사 먹었나 보다. 빈 상자들을 꺼내려다 아빠가 부르는 소리에 황급히 서랍장을 닫았다. 한 알씩 남아있는 빈 상자들이 자꾸 눈에 아른거린다.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빈 파스들이 눈에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