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향에 10년만에 갔다. 용기가 없었을 수 도 있고, 귀찮음이 있었을 수 도 있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기에 고향에 가는것을 망설였다. 당연스레 엄마와 아빠를 보지 못한 날들이 늘어났다. 떨리는 마음에 기차를 예약하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아빠는 40kg을 찐 나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너 왜이렇게 살이 쪘냐"
장난 스럽게 물었고, 지지부진한 눈물바람같은건 없었다. 나에게 원망이나 채근한마디 없이 차에 태워 집으로 향했다. 내가 먹고싶다던 떡을 차안에 두박스 실어다가 할머니집으로 곧장 향했다. 어색하면 어쩌지 어떤말을 하지 고민이 많았지만, 10년이란 세월은 아무것도 아닌거처럼 자연스럽게 아빠와 대화를 하였다.
아빠는 나에게 한마디 무어라 하지 않았다. 자주오라고 말도 하지 않았다. 내꼴이 이러니 너가 잘해라 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하나없는 가파른 계단을 오를때 다친 다리를 절뚝이며 올라가는 뒷모습에 혼자만 울컥였다. 아빠를 주겠다고 잔뜩 싸간 선물이 무색할정도로 아빠는 나에게 잔뜩 무언갈 싸주었다. 반찬이며 고추장이며 들기름이며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신문지에 싸주었다.
엄마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 아빠는 그런 사람이다. 묵묵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사람. 나는 그래서 아빠랑 있을때 조잘조잘 내가 이야기를 한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간에 대꾸도 없이 "응"이라고 한마디하며 가만히 있는 사람. 어쩌면 답답하고 재미 없을 수 있지만 나의 수많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그런 사람이다. 내 속의 말을 다 꺼내놓고 갈 수 있는 곳이 생긴 기분이다.
가끔 부산에서 내가 혼자라는 생각이 들때 돌아갈 곳이 생긴 기분이 들었다.
딱, 그거만으로도 충분한 추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