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12p
엄마의 인애한 손길로 내 얼굴과 머리카락, 이마를 쓸어주길 바랐다. 마치 내 실제를 증명하듯 전부를 쓸어주는 듯하였다. 가능하다면 더 아프고 싶었다. 엄마의 손길이 영원하길 원했다. 행여 그 손길을 거둘까 아픈 걸 숨기지 않고 더더욱 아프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내내 아프면 아프다고 울고, 힘들면 힘들다고 소리 질렀다. 나는 고통에서 몸부림치듯 더더욱 발버둥 쳤다. 까만 늪에 빠진 날 엄마가 꺼내어줄 것만 같았다. 나의 처박힌 고개를 엄마의 자애로운 두 손길이 꺼내줄 것만 같았다. 오랫동안, 엄마는 나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나는 사랑받지 못함을 느꼈다. 사랑에는 연민도 있다는데 엄마는 그렇게 아프다고 버둥대는 내가 불쌍하지 않았는지. 끝까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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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자애로운 손길로 내 얼굴과 머리카락, 이마를 쓸어주는게 좋았다. 마치 내 존재 전부를 쓸어주는 것 같았다. 가능하다면 더 불쌍해지고 싶었다.. 할머니의 주문 같은 말이 멈추지 않길 바랬다. 행여 주문에서 풀려나 할머니가 손길을 거둘까봐 눈을 감고 더욱 불쌍해 보이도록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후 오랫동안, 할머니는 내 이마를 짚어줄 때마다 이가 살짝 나간 그릇을 만질 때처럼 혀를 찼다. 나는 사랑받고 있다고 느꼈다. 사랑에는 언제나 한 방울의 연민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자애로운 = 인애한
존재 = 실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