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시간이 나에게만 왔다

너를 닮은 사람 1화. 구해원

by 채지연

마음이 궁핍해 경제적 여유까지 사라졌다. 모아두었던 책을 헌책방에 팔았다. 한 권 한 권 어떠한 이유들로 모았던 책 들이었는데, 미련이 남아 책을 매만졌다. 어떤 책은 내용이 마음에 들었고, 어떤 책은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살 때에는 종이로 이루어진 물성을 가진 한 권의 책이었지만 지금은 추억이 때묻은 기억이었다. 책 속에 꽂아 두었던 메모를 빼내며 아쉬움에 책끛을 매만졌다. 여전히 예리한 책끝이 내 아쉬운 마음에 꽂히는 듯했다. 책을 깨끗하게 보는 편이기에 거의 새것과 다름없었다. 그랬기에, 책은 최상품으로 분류되어 값을 제법 두둑하게 보상받았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 보름 동안 20권의 책을 읽었다. 그때 위로받았던 책을 몽땅 팔고 나니 내 마음을 다 퍼준 것과 같이 허했다. 마치 그때의 시간을 고스란히 찬 느낌이었다. 빈틈이 많아진 책장을 보고 있으니 더욱 그랬다. 나름 취미 생활이라 여기던 책이 사라지니, 공백이 크게 느껴졌다. 시간의 공백은 띄어쓰기가 많다. 그 시간이 나에게만 왔다.인스타그램을 보면 다들 하하 호호 행복해 보이고 여유로워 보이는데 나는 그 여유가 왜 없을까, 나에게만 힘겨운 시간이 오는 걸까, 나만 가여운 걸까. 자기 연민에 빠졌다.


사실은 아주 비밀인데, 내 책도 중고로 판매가 가능한지 가져가보았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나름 괜찮은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했다. 결국에는 다시 들고 왔지만 부끄럽고 내 마음이 가장 궁핍한 시간이었다.


이 시간만큼은 다시 나에게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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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나에게만 왔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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