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등이 많은 여행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p74

by 채지연

내일은 오랜만에 여행을 가기로 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군산'이라는 도시가 목적지이다. 여행은 항상 여유가 없어 가지 못했다. 많은 핑계가 존재했다. 경제적 여유, 시간적 여유, 마음의 여유 등등. 사람들은 그런 여유를 틈내서 가는 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니겠냐고 말한다. 나는 그 묘미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었다.


사실 이번 여행은 절대 내가 여유가 생겨서 가는 것이 아니다. 아직 들어오지 않은 외주 비용도 불안하고, 실업급여가 언제가 끊길지 몰라 불안함도 여전하다. 나를 괴롭히는 여러 불안의 요소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MBTI를 하면 여과 없이 나오는 J인 나는 지도에 마커를 찍어가며 맛집과 카페, 가봐야 하는 곳을 20곳 이상 리스트를 뽑아 놓아야 직성이 풀린다. 그런 내가 여행경비를 계산하지 않고 무작정 여행을 가보는 것이다.


박연준 시인은 얼굴보다는 등이 많은 여행이 좋은 여행이라고 했다. 나는 여태껏 어딜 가기 위해 끝없이 움직이는 욕심 그득한 여행을 다녔다. 여행을 왔다는 의미만으로 기쁜 의미 있는 여행을 가보려 한다. 나중에 추억 했을 때 그때 재밌었는데! 라고 기억할 수 있는 여행 말이다.


발이 아팠고, 다리가 아팠다. 너무 많이 돌아다녔는데,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 목적지를 향했던 여행이 아닌, 그곳에 녹아들어 쉼이 많았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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