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끔찍한 현실을 피해 나를 보호하는 방법

체념증후군

by 채지연

남편이 없는 날에는 눈을 뜨고 있는 시간이 한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다. 쉼 없이 잠을 잔다. 꿈은 야속하게 내가 원하는 바를 보여준다. 마음껏 울 수도 있고 그리웠던 이가 아무렇지 않게 나를 찾아온다.


"조금만 더 나의 곁에 머물러줘"


나는 그의 팔에 매달려 머물러 달라고 애원해도 된다. 어차피 꿈일 테니까. 꿈은 나의 현실과 달라, 깨고 싶지 않다. 끔찍한 현실을 피해 나를 보호하기 위해 자꾸 꿈에 파묻힌다. 내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소리쳐 외쳐도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나도 몰랐던 깊은 내면의 말을 들을 수 있다.


나도 몰랐다. 내가 누굴 그렇게 그리워했는지. 내가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종일 자고도 약을 먹으면 또 잠이 온다. 몸이 피곤하거나 아프지 않다. 그냥 잠을 자고 싶다. 여러 꿈에 뒤섞여 조금 피곤할 뿐이다.


그냥 잠을 자고 싶다. 누구도 그리워하지 않고, 울지도 않고. 아무 의미도 없는 바보 같은 꿈을 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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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념 증후군

스웨덴에서 발견되기 시작했던 난민 신청 가정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증후군으로 아직 정확한 원인이 파악되지 않았으나, 수용소 아이들에게 이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 전쟁과 내전으로 고통 받고 있는 아이들이 피난처로 꿈을 삼은 아주 슬픈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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