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list - youtube music is my life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갈증이 났다.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한 채로 냉장고를 열어, 물 1L를 숨도 쉬지 않고 단번에 벌컥벌컥 마셨다. 차가운 물의 흐름이 온몸에 퍼지는 느낌이 들었다. 참을 수 없던 욕구가 해소되어서인지 다시 단잠이 왔다. 오늘은 해야 할 일이 많았기에 침대로 돌아가지 않고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 초가을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어스름한 새벽녘의 푸름이 밖에 깔려있었다. 고요함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잠긴 내 목에서 간간히 나오는 숨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날씨가 쌀쌀해져, 추워졌지만 나는 여전히 얼음을 넣은 차가운 물을 마신다. 머리가 띵해질 만큼 무식하게 차가운 물이 좋다. 건강에 좋아지려면 따듯한 물을 마시라는 잔소리도 귀찮다. 그냥 지금 갈증을 위해 차가운 물을 마시고 싶다. 제법 기다란 컵에 물을 꽉 채워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아 창밖을 보니 사람들이 한둘 나오기 시작했다.
나의 상상은 항상 끝이 좋지 않다. 이 사람은 어딜 가는 걸까, 저 사람은 오늘 아침 어땠을까. 상상하다가 나의 예전을 회상하곤 한다. 그러다 보면 곧이어 안 좋았던 기억에 움츠린다. 나는 그때 왜 그랬을까. 혹은 그 사람은 나한테 왜 그랬을까. 자책도 하고 원망도 한다. 하지만 나의 아픈 회상에 그들의 책임은 더 이상 없다. 어쩌면 그들은 다 잊었을지도 모른다. 매번 나만 기억하고 나의 마음에 상처로 새겨놓는 것일 지도 모른다. 좋은 것만 기억해도 모자란 기억 저장소에 안 좋은 기억들은 왜 이렇게 잘 새겨져 있는 건지.
나의 뇌는 청개구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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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픈 회상에 너의 책임은 더 이상 없다. 내게 준 상처에 대한 너의 공소시효는 만료되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