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새삼스럽게 행복해져야 한다

밤의 심리학 중

by 채지연

사람은 행복하고 즐거운 것에 금방 둔해진다. 그래서 평범한 일상에 금방 익숙해져 행복에 둔감해진다. 가령 평범하게 살다가 아픈 사람은 아프지 않았던 일상이 얼마나 행복했음을 아프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알게 된다. 후회라는 불행을 얻어야지만 행복을 절감한다. 역설적으로 불행은 쉽게 둔해지지 않는다. 맞으면 맞을수록 덜 아픈 게 아니라 새로운 부분이 고장 나듯 더욱더 아플 뿐이다.


행복해지려면 '새삼스러워'져야 한다. 아주 지극히 평범한 문장인 거 같지만, 우리가 놓치는 것들이 많다. 오늘 하루 우리는 어떻게 지냈을까. 나는 오늘 하루 한 편의 소설의 시놉시스를 완성하고 지원사업 서류를 접수했다. 평소 같았으면 될까? 잘될까? 안절부절하고 오히려 불행의 구렁텅이로 나를 밀어 넣었을 것이다. 안절부절 그게 나의 버릇이다. 하지만 오늘 새삼스럽게 다른 생각을 가져보았다.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1화를 완성하고 그 소설의 시놉시스와 등장인물 뼈대를 완성했다. 그리고 소설의 트리트먼트를 배웠다. 제일 큰 사건을 중심으로 곁가지를 쳐가며 이야기의 줄기를 뻗어나갔다.


꿈을 꾸어보았다. 이 소설이 드라마가 된다면 어떨까. 물론 김칫국 마시는 소리일 수 있지만 오랜만에 큰 꿈을 꾸었다. 새삼스러운 일이었다. 이런 생각이 나를 온종일 행복에 물들게 했다. 사람은 쉽게 행복해하고 쉽게 불행해진다. 10알의 우울증 약을 먹는 내가, 종일 소설을 쓰면서 행복으로 가득 찬 하루가 되었다. 단지 새삼스러운 생각 하나로 말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뭐야, 별거 아닌 일이네. 고작 소설 한 편 지원서 넣었다고 좋아해? 라고 하겠지만 나는 뭐 오늘 행복하다. 지원서를 낼 때 경력 사항에 아무것도 적지 못한 말끔한 지원서를 냈지만, 그도 한 좋았다. 0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도전이니깐. 새로운 출발이니깐. 뭐든 첫걸음 어렵고 두렵다고 하는데 나는 그 첫걸음이 좋다. 뭐든 시작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새삼스럽게, 도전한 오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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