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텐딩 에그 - 농담
모두가 그랬겠지만, 여름날 뜨거운 열병을 앓듯 첫사랑을 한 적이 있었다. 손끝 한번 닿은 적이 없었지만, 대화도 몇 마디 나눠본 적이 없었지만, 활자를 주고받으며 우린 친구가 되었다. 메신저로 연락하다, 부족하여 종이에 꾹꾹 진심을 눌러 담았다. 서로의 신발장에 쪽지를 넣고 하교 시간에 얼른 꺼내어갔다. 선생님께 들키지 않아야했던 그 스릴까지 모두 소중했던 시간이었다. 기숙사로 돌아와 소등된 방안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별빛에 그 아이의 편지를 읽고 또 읽었다. 편지는 외울정도로 읽었다. 편지를 매일매일 보낼 수 없으니깐, 이동수업때만 겨우 부딪힐 수 있었기에 한 편지를 계속 읽고 또 읽었다. 아무 의미 없는 문장도 별처럼 내 마음에 녹아들었다.
추운 겨울에 목이 잘 쉬는 나를 위해 목도리를 선물한 그 아이의 마음이 고마워 늦봄까지 그 목도리를 했다. 나에게 잘 어울리지 않는 색이었지만, 나를 위해 그것을 골랐을 마음을 생각하며 항상 목에 둘렀다. 사랑이라 부르기에 부끄러운 마음이 샘솟을 나이기에 좋아한다고 한마디도 서로에게 하지 못했다. 사랑은 말장난 같은 나이였다. 우리는 그렇게 한발 한발 서로에게 다가갔다.
그러다 나는 전학을 갈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 말도 못 하고 전학을 가야 하는 상황에 나는 그 애를 먼발치에 봐야 했다. 인사 한번 못해보고 떠나야 하는 마음에 안타까워 목소리 한번 내지 못했다. 쫓겨나듯 바삐 차를 타고 빠져나오는데 내내 그 애의 뒤통수가 떠올랐다. 이렇게 예쁜 추억인데, 아쉬워 나는 미니홈피로 들어가 그 애에게 말을 걸었지만, 그 애는 갑자기 차가워진 말로 답을 남겼다.
"모르는 사이로, 지내자"
사랑이 말장난 같다. 제일 가까운 사이였던 우리가 한순간에 모르는 사이가 되었다. 여름이 끝나가기 전 나는 열병처럼 앓았다. 그 문장이 내 마음에 깊게 박혔다. 10년도 넘은 지금까지도 그 문장이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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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딩 에그 - 농담
사랑이 말장난 같아요
여름날 폭죽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