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불합격 했습니다

오늘 내가 받은 문자

by 채지연

오늘은 어쩐지 늦게 일어나고 싶었다.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을 켜고 마주한 문자였다. 미리보기로 볼 수 없는 글자였다. 하필이면 세 번째 줄에 있는 단어여서 굳이 내가 들어가서 보니 '불합격'이라는 글자가 눈에 꽂혔다. 이유도 알 수 없는 거절들은 꽤 맘이 아프다. 좀 더 친절하게 말해줄 수 없을까. 하다못해 거절의 이유를 알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직장이 없는 나는 매일 아침 서류를 작성한다. 그리고 메일로 구걸하듯이 '긍정적인 답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라고 보낸다. 계절이 바뀌면 인사말도 바뀐다. 봄은 향긋한 꽃으로 쓰고, 여름이면 더위를 조심해야 하고, 가을이면 갑자기 온 추위 때문에 모르는 이의 감기를 걱정해야 한다. 겨울은 뭐, 추위를 조심하라고 하겠지.


내가 잘 보여야 할 사람이 늘어간다. 메일을 아침마다 체크하며 희망 고문당하듯 홈페이지를 수십번 들락날락한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나는 천재가 아니기 때문에 매 순간 나를 증명해야 한다. 그렇기에 30대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공모전에 지원하고 그곳에서 나의 가치를 증명받길 원한다. 가끔은 문자조차 받지 못하고 소리소문없이 탈락해버린 경우도 있다. 오늘 아침처럼 굳이 알려주는 경우는 오히려 친절한 편에 속한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가 나에게 물었다. 거절에 익숙해지는 법을. 나는 말했다. 4년 전 처음 작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100곳 가까이 입고 메일을 보냈고 50곳의 답장이 왔다. 그곳에서 20곳가량은 거절의 메일이었다. 그것의 반복을 새 책이 나올 때마다 하고 있다. 익숙해지지 않는다. 아픔의 순간이 짧아질 뿐 아픔은 똑같다. 오늘 받은 문자를 보며 잠이 확 달아났다. 오늘 종일 일을 하다가 나태해지면 그 문자를 정독해 다른 날보다 많은 일을 끝내곤 했다.


사실 나는 거절에 익숙해지고 싶지 않다. 그리고 거절은 익숙해지지 않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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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격하셨습니다.

이번에는 귀하를 모시지 못하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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