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뾰족해졌다

10월 25일 지인과 대화중 "뾰족해졌네요"

by 채지연

나는 하는 일이 매우 많다. '작가'라는 이름을 가지고 글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유튜브도 하고 있고, 블로그도 하고 브런치도 하고 있다. 참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동한다. 어느 한 곳에서 터질 거라는 요행을 바라기보다는 나는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다. 누군가는 나를 '재능이 많은 사람'이라고 포장해준다. 어떤 이는 '잘하는 게 없는 사람'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한다.


나라는 같은 사람을 보고 이렇게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이 둘에게 내가 뭐 다른 것을 한 적은 없다. 특히 후자에게 해를 가한 적이 없지만 특출나게 잘하는 것이 없나 보네요. 라는 평가를 들었을 때는 뒤통수가 꽤나 얼얼했다. 모두 그래도 앞에서는 듣기 좋은 소리를 해주었지만, 면전에 대고 저렇게 말하다니 용기 좋은 사람이었다. 저렇게 타인을 비방하는 말을 쉽게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신기했다.


제일 듣기 좋았던 말은 '멋진 삶을 사는 계시군요'라는 말이었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내는 것만큼 멋진 삶을 살고 계신 분은 없어요. 라며 나의 삶을 응원해주었다. 사실 듣기 좋은 말만큼 달큰하니 기억에 남는 말은 없다. 말은 귀로 들어와 마음에 살아남는다고 했다. 이 말은 꽤나 오래 내 마음에 웅크려 앉았다. 날이 서 쿡쿡 찌르는 말도 오래가지만, 이 말은 해준 사람과는 딱 한 번 봤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오래 본 사람처럼 기억이 지속되었다. 그 이후로 사람을 만날 때에는 말을 할 때 사탕발림은 아니더라도, 최대한 친절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너무 많은 일을 하다 보면, 애초에 지향하던 지점이 사라져 꼭대기지점에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산 밑에서 헤매고 있다. 산을 오르지도 못하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가끔 나의 뾰족한 지점에 이를 때가 온다. 가령 내 굿즈들이 중구난방으로 퍼져있다. '아크릴'의 매력에 빠져 다른 굿즈들을 아쉬워도 드롭시키고 집중시킬 때. 나의 주력 제품이 생긴다. 나의 정체성이 생겨 기분이 좋아진다.


많은 일을 한다고 해서, 다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그때 말했던 지인이 말은 독하게 했지만, 틀린 말은 아녔다. 나는 뾰족하게 내 일해내기 위해 오늘도 꼭짓점을 찾아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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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미님은 지향하는 지점이 점점 뾰족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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