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춘기에게 - 볼빨간 사춘기
"세상에서 저를 오려내고 싶어요"
3년 전 처음 정신과 진료를 받았을 때, 내가 교수님에게 했던 말이다. 이 세상에 내가 사라지길 바랐다. 누구도 나를 기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었다. 핸드폰을 통해 오는 연락도 무서웠다. 단순한 스팸 문자도 사색이 될 정도로 두려웠다. 핸드폰은 서랍 깊숙이 박아버리고 어떤 전자기기도 쓰지 못했다. 그때 시간을 보내기 위해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교수님은 나의 불안수치가 너무 높다고 폐쇄병동의 입원을 권했다. 무슨 똥고집이 그렇게 쎈지 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일반 병동에 입원하겠다고 우 득 우들 우겼다. 마지막 발악이었는지 모른다. 결국 일반 병동에 입원했다. 내가 유일하게 교수님의 말을 거절한 것 중 제일 잘한 일이다. 그거 말고는 교수님 말 안 들은 것은 없다. 그렇게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었다던 사람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방공호에 들어온 사람처럼 무서움이 사라졌다. 나를 비난하는 것 같았던 모든 시선이 사라진 것 같았다. 밤만 되면 나를 죽일 것 같았던 걸 모를 방문자의 습격도 생각나지 않았다. 나의 불안이 약과 함께 뚝 그쳤다.
불안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우울함이 짙게 드리웠다. 매일 밤을 그렇게 울어댔다. 가끔 숨도 못 쉴 만큼 끅끅대며 울기도 하고 침대에서 떨어져 바닥에 뒹굴며 울었다. 간호사님은 그런 나를 보고 놀라지도 않았고, 이상하게 쳐다보지도 않았다. 나는 '미친' 사람이 아니라 '아픈' 사람이었다. 다 큰 성인이 엉엉 울어도 혀를 차지 않았다. 그냥 '아픈' 사람이었으니깐. 성인이 되고 참았던 눈물을, 몇 년 동안 꾸역꾸역 참았던 눈물을 거기서 다 흘렸던 것 같다.
"아직도 사라지고 싶어요?"
퇴원 날 교수님은 나에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내가 이 세상에 존재를 해야 하는 건지. 가끔 힘든 날에는 내가 뽕하고 사라지면 모든 불안도 같이 사라지지 않겠냐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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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때 이 세상에서 사라지길 바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