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행복이 오는 길은 여러갈래다

행복이 오는 길은 여러갈래다 - 시인 정명석

by 채지연

가끔 감정의 부스러기가 돌아다니다 나의 마음을 찌를 때가 있다. 모를 감정이 한곳에 모여 나를 힘들게 할 때가 많다. 나의 감정은 주로 우울함이 축을 이룬다. 기쁨의 감정이 많으면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슬픔의 감정이 많다. 음식을 먹을 때에도, 음악을 들을 때에도 곳곳에 우울함이 잠식되어 있어 나를 보챈다. 나는 줄곧 누군가에 쫓기듯 감정을 토해내야 했다. 행복해하면 우울함이 찾아온단다. 어느 동화 속 결말처럼 함부로 행복해하면 안 되었다. 불행이 왔으니 이제 행복하겠는지는 더 맞지 않았다. 매번 오는 행복에 불안하고 초조해야 했다.


행복과 불행은 반비례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비례했다. 행복이 나를 찾아오면 언제 곧 찾아올 게 불행해 대비해 몸을 있는 힘껏 웅크렸다. 두리번거리는 불행이 날 찾지 못하도록, 나의 이 몸이 불행에 들켜. 삼켜지지 않도록. 행복에도 더 크게 웃지 못했다. 기쁨을 이곳저곳에 알리지 못하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행복이 오는 길은 여러 갈래다. 나는 한 줄기 행복도 제대로 쥐어본 적이 없다. 마음껏 행복해하고. 나에게 찾아온 행복을 온전히 마주한 게 언제인지. 행복이 왔을 때 불행을 미리 준비하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온전한 행복을 준비하지 못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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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오는 길은 여러갈래다

시인 정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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