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청소기의 알람음
아침에 일어나, 캡슐커피 머신의 커피 한 잔을 내리고 일하다 보면 로봇청소기가 시간에 맞춰 바삐 움직인다. 가끔 아침에 좋은 곡들을 선별해 틀어놓아 기분 좋게 일하는데 그 음을 방해하는 기분이 들어 인상이 찌푸려지곤 한다. 그래서 청소기를 멈출 때도 있다. 나중에 다시 돌리면 되치라 생각하지만 분명 까먹고 다시 돌리지 않아 집안이 엉망이 되곤 한다. 하루쯤이야 돌리지 않는다고 달라지겠으면 싶지만, '하루쯤'이라는 생각이 집안을 어지럽힌다.
딱 30분을 참으면 소음이 멈추고 음악이 더 잔잔하고 또렷이 들린다. 청소를 마쳤습니다. 라는 알림음과 함께 로봇청소기는 바쁘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나는 그런 잔뜩 찌푸렸던 표정을 풀고 하던 일을 다시 마무리 짓는다. 어떤 날은 신경질적으로 외친다
"구글, 청소 멈춰!"
청소기 때문에 내가 하던 일이 잘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가끔 핑계가 필요할 때가 있다. 누군가 그랬다. 어리광이 부족해 핑계를 대었다고. 나는 그 핑계를 청소기에 대었을지도 모른다. 글이 안 써진다고, 사업계획서에 아이디어가 안 떠오른다고, 제안서의 정중함이 부족하다고, 나에게 화를 내지 못하니. 간편히 다른 것에 화를 내었다. 그게 정신건강에 좋았다.
가끔 스스로가 나태하다고 느껴진다. 핑계를 대기 전에 스스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정답을 찾아 해결해야 함에도 모르겠다 눈감아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듯한 물을 마시고 싶음에도, 귀찮아 이미 식어버린 잔을 움켜쥐며 그냥 마시자 하는 꼴과 다를 바 없다.
공허함이 잔뜩 채워진 빈 잔 같다. 공허함은 채워질수록 비어 있는 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