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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지연 Nov 13. 2022

48 우리는 어떤 사랑을 할까

커뮤니티의 조각글

주말 아침에 조카가 집에 왔다. 조카는 새언니의 얼굴을 참 닮아 있었다. 새언니는 조카의 얼굴을 볼 때마다 자신을 찍어낸 거 같지 않냐고 물었다. 아무리 새언니 배에서 나왔다지만 눈 코 입 어느 것 하나 닮지 않는 것이 없어 신기했다. 사소한 입 모양 마저 닮아 있었다. 동그란 이마모양이 언니의 옆모습이 보였다. 언니는 땀에 흠뻑 젖어도 손에서 조카를 놓지 못했다. 잠시만 자리를 비워도 자지러지는 조카 때문에 겨울 날씨인 요즘에도 반소매를 입고 아기 띠를 배에서 떼질 못했다. 조카의 체온이 언니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언니는 얼굴, 머리가 땀에 젖어 금세 기름졌다.


밥을 먹으러 갈 때도 조카는 손에 집히는 모든 것을 집어 던졌다. 대충 국에 밥을 말아 먹었지만, 언니는 한 숟가락 떠먹고, 조카를 보고 한 숟가락 떠먹고 조카의 손에 쥔 것을 떼고 정신이 없었다. 다들 한 그릇을 다 먹을 때까지 반 공기를 다 먹지 못하였다. 온 정신이 마음이 조카에게 가 있었다. 조카는 아는지 모르는지 해사한 미소로 웃음을 지었다.


언니는 말했다. 지금 그래도 밖에 나와서 기분이 좋아 보채지 않는 거라고, 집에 들어가 있으면 보통 평일에는 종일 아기와 있으면 눈을 떼지도 못하고 핸드폰도 하지 못하고 자기 삶이 없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도 조카의 웃음에 어쩔 수 없이 힘을 내는 것 같다고 했다. 밤이 되고 언니의 머리는 산발이 되었지만, 아기 띠는 여전히 언니 배에 주렁주렁 달려있었지만, 언니는 여전히 조카를 보고 웃음 짓고 있었다.


언니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 걸까. 무조건적인 헌신적인 사랑. 그런 사랑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

평생 짝사랑 할 사랑이 생겼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이제 배워야 할 때인가 보다

볼수록 좋고 정이 든다

애기 얼굴에서 나를 본다

나의 분신

우리는 어떤 사랑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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