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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지연 Nov 19. 2022

57. 여기 고요로 도착할때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 - 신용목

어젯밤 밤이 여기 고요로 도착할 때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울함이 잦아들었음을 깨달았다. 글 쓰는 시간이 줄었다. 글을 읽는 시간 또한 현저히 줄었다. 좋은 현상일까. 다시금 생각에 빠졌다. 누군가 말했다. 일기는 나의 불안함을 기록하는 노트라고. 가끔 나의 일기를 보면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점철되어 토하듯 슬피 울고 있다. 나는 그 감정에 동요되곤 한다. 힘들지 않은 날들이 있었던가 한번 돌이켜 본다. 나의 현재는 언제나 과거보다 더 힘들었다 생각이 든다. 나는 언제든 행복한 적이 있었던가 자괴감이 들어 피로해진다.


글과 멀어지니 자연스레 나의 말도 질이 떨어지는 듯하였다. 아침에 일어나 핸드폰을 보지 않고 무작정 1시간 타이머를 맞추고 글을 읽었다. 몽롱한 정신에 글이 들어올 리 만무했지만 무작정 읽었다. 읽다 보면 자연스레 정신이 깨었다. 새벽녘에 아침이 피어오르는 빛이 책에 스며들면 글자들이 더욱이 마음에 새겨들어 왔다.

기록은 불안정에서 안정을 찾는 일이라 했다. 나는 매번 순간을 놓치기가 아쉬워 기록하고 또 기록했다. 글을 읽음에도 한 구절 놓칠세라 기록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피곤하기 시작했다. 손을 떠나는 문장이 아쉬워, 한 손에는 책 한 손에는 노트를 쥐고 흐름을 끊기일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책과 더 멀어졌다. 억지로 글에서 깨달아야 하는 내용을 뽑아내려 애썼고, 다른 이들의 감상을 쫓으며 나의 무지를 질타했다.


나는 책을 읽는 게 즐거워했던 사람이 맞을까. 의문이 들기 시작해 노트에 기록을 멈추었다. 대신 책을 접기 시작했다. 책에 손상이 갈까 기록했지만, 나의 취미가 상하기 시작하니. 마음마저 상하였다.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거든 오래 내 마음에 살라고 두어 번 더 읽어두고 책 끝을 접었다. 그 구절이 살아있는 건 그 구절의 힘이 있음이지 내가 억지로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책을 읽는 시간이 길어졌고 준비하는 자질구레한 시간이 줄었다. 삿되게 이르니 상하는 시간이 사라졌다.


나의 마음이 고요로 도착하니, 평온함에 도달하였다

-

밤으 총소리를 얇게 펴놓은 것 같다. 먼 나라 한발 총성이 지평선을 따라 밀리고 밀려서 여기 고요로 도착할때

- 비에 도착한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 신용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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