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지연 Nov 20. 2022

58. 안개처럼 떨치기 힘든 내마음

꽃무늬 벽지- 신지훈

불안을 습관처럼 미룰 때가 있다. 확실하게 매듭지으면 불확실한 이 불안이 확신이 서버릴까 꺼질듯한 촛불처럼 위태로운 이 마음을 고이 안아 든다. 품 안에 들어온 불안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눈 오는 밤의 한 발의 총성과 같이 고요히 마음에 박혀 들어온다. 아픔을 분명히 느낀다. 내 두 손으로 그 총알을 빼내는 짓을 하지 않는다. 왜 나는 그 불안을 제거하지 못하는 것일까. 가끔 기웃거리는 기분 좋은 확신은 쉽게 놓친다. 손에 빠져나가는 한낮의 꿈처럼 아스라이 사라진다. 나를 빠르게 지나치기에, 숨 가쁘게 따라가 보지만 어느새 저 멀리 가버린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다. 함께 하고 싶은 것은 이렇게 늘 나를 배신한다. 안개처럼 떨치기 힘든 것은 나를 숨 막힐 만큼 꼭 붙어있다.


한가지 불안을 용기 내 없애기로 마음먹었다. 높은 열에 담근 쇳덩이를 마음에 댄 거처럼 열이 올랐다. 불안은 뜨거움을 지니고 있다. 이 불덩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내가 용기를 내어야 한다. 직면하는 공포, 외로움, 죄책감 모든 감정이 겹겹이 쌓여 나의 앞에 서 있다. 현관문 앞에 택배가 쌓이면 문을 열기가 어렵다. 선물 같은 택배들일지라도 일단 많이 쌓이면 골칫거리가 된다. 선물 같은 골칫거리.


막상 수많은 감정에 맞서 앞으로 나가보니 별거 아닐 때가 많다. 허무하게 무너지는 감정들을 보며 생각한다. 허비한 시간은 무엇을 위해 낭비하였는가.

-

안개처럼 떨치기 힘든 내마음

결국 행복하려 아픈 반복이라고

천천히 깨우쳐 가요

-꽃무늬 벽지, 신지훈



매거진의 이전글 57. 여기 고요로 도착할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