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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지연 Nov 20. 2022

60. 술래잡기

마음이 돌고 돌아 이윽고 내가 허상을 좇음을 인지할 때, 허탈함에 멀뚱히 서 있을 때가 있다. 고개가 뒤로 젖혀질 정도로 주먹을 쥐고 뛰어보았다. 널 잡아, 보겠단 마음으로 심장이 입으로 튀어나올 만큼 뛰어보았다. 그건 사랑을 뜻하는 말이었다. 손을 뻗어보았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이를 향해 뻗은 내 손은 야속하리만큼 짧았다. 닿을 듯 말 듯 한 내 손가락을 아득히 멀었다. 한번은 발돋움하여 발이 꺾이더라도 점프해보았다. 아슬아슬한 숨과도 같은 거리가 비켜나가고 너는 다시금 나에게서 멀어져갔다.


술래잡기. 나는 영원히 술래인 너를 잡으러 가야 한다. 지친 기력을 내서는 안 된다. 언제라도 지친 나의 모습에 너는 실망할 테니, 나는 잠시 신발 끈을 묶는 척 숨을 몰아쉬고 다시 일어나 꺾인 발을 두어 번 통통 친다. 부어오른 듯 무슨 소용이랴. 너에게 닿을 수만 있다면 이 고통쯤 참을 수 있다. 너의 마음이 나에게 닿은 이후로 나의 마음은 무수히 많은 화살표를 가지고 너에게 향했건만 한번을 뚫지 못했다. 너의 마음을 꿰뚫어 나의 진심을 알아주길 기다렸지만 결국 견디지 못하고 내가 직접 가기로 마음먹었다.


뛰었다. 또 뛰었다. 발목이 부러진들 어떠할까. 나의 화살표가 너의 마음을 꿰뚫 수만 있다면. 영원히 술래가 되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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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래잡기

한번도 널 잡아 보겠단게 사랑을 뜻해

최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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