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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지연 Nov 23. 2022

61. 난 나의 보폭으로 갈게

아이유 - unlucky

불면증은 어쩌면 오늘의 미련이 많아서 생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부풀어 오른 이불에 내 몸을 뉘면 숨이 꺼진다. 나의 아침에 부풀었던 꿈이 꿔지듯 나의 하루가 까무룩 하게 사그라진다. 가끔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 올릴 만큼 부끄러운 기억에 잠을 뒤척일 때도 있다. 보통의 밤에는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하다가 스르륵 잠이 든다. 언제 잠이 들었을지 모를 시간에 잠의 고도에 다다른다. 대체로 나의 밤은 고요하게 찾아왔었다. 요즘은 미련이 많아서인지 잠에 통 들지 못한다. 하루가 아쉽고 조금도 시간을 유용하게 쓰지 못한 내가 아둔하게 느껴진다.


핸드폰 화면을 껐다 켰다. 얼굴에 비치는 빛이 사그라졌다 생겨났다고 반복한다. 마치 나의 마음속에 피어오르는 걸 모를 감정과 같다. 조금 더 잘할 수 없었을까. 더 진한 밤이 되면 미련이 질책이 된다. 나에게 묻는다. 왜 오늘의 나는 멋진 사람이 아니었냐고. 질문은 너무 많지만, 답을 하는 이는 없다.


나는 나의 보폭으로 항상 걸어간다. 불안으로 돌아보면 별 큰일이 아니다. 모든 지난날이 그러하다. 그런데도 나는 수많은 밤의 별들을 세어왔다. 오늘도 별거 없는 하루지만 나는 또 잠들지 못할 수 있다. 딱 한 가지만 하지 말자. 자책. 나 자신을 바로라 칭하지 말자. 나의 보폭이 좁든 넓든. 바보의 걸음은 아니다.

느리더라도 천천히 나의 보폭으로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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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의 보폭으로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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