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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지연 Nov 28. 2022

66. 낌새

눈치 검색 유의어 - 낌새

왕따를 겪고 나서 나에게 생긴 '레이더'가 있다. 일종의 눈치 같은 것. 사람들의 낌새를 금방 알아차리는 레이더이다. 사람들의 표정과 제스처를 파악하며 분위기를 읽어낸다. 빠르게 스캔해 상대의 기분을 캐치해낸다. 노력으로 안 되는 것들이 있지만 이 낌새 레이더는 아주 노력하면 조금씩 성장이 가능하다. 사람들은 이 레이더를 'E'라고 부르곤 한다. 그래서 나는 이 레이더 덕분에 어딜 가득 성격이 좋다는 소리를 듣는다. 대화의 주제를 끝없이 꺼내놓고 술술 거침없이 말을 한다. 레이더는 바쁘다. 혹여 겉도는 사람이 있으며 가끔 말도 걸어주어야 하고, 대화 중간 불편한 낌새가 보이면 해결해주어야 한다. 가령 물잔이 비어있음 바로 물을 채워준다. 나는 이걸 센스라고도 생각했다.


단점은 아주 에너지 소모가 크다는 것이다. 한번 레이더를 작동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면 방전된 장난감 로봇처럼 그대로 푸쉬쉬 쓰러진다.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기 싫어진다. 내 주위를 중심으로 쓰레기가 산처럼 쌓아져 간다. 마치 어지러운 내 마음속을 말하는 거 같다. 처연하다. 외롭다. 불쌍하다. 또 어떤 말이 있을까. 이런 비슷한 말들을 다 가져다가 붙여도 어색함이 없을 것이다. 레이더는 나를 위해 작동하지 않는다. 남의 낌새는 그렇게 잘 봐주지만, 나의 마음에 이는 작은 파동에도 어림없다. 꺼진 전등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깜깜하다. 애초에 내가 그렇게 설계했다.


그렇게 하면, 또다시 왕따를 당하지 않을 줄 알았다. 결국엔 내가 나를 왕따 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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낌새

어떤 일을 알아차릴 수 있는 눈치. 또는 일이 되어 가는 야릇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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