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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지연 Nov 27. 2022

65. 진솔한 감각

한남대학교 백일장 심사평

밤에 잠이 오지 않아 밖을 나와 걸었다. 겨울의 밤은 고요하다. 까만 바다를 보는 것과도 같다. 내가 사는 곳이 바다와 가까워서인지 모르나, 바다와 밤은 닮은 구석이 많다. 밤은 특히 그러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까맣고 저 너머에 무어라 말을 해도 답이 오지 않는다. 까마득한 너머로 입금을 불어보았다. 아직 하얀 입김이 나오기에는 추위가 모자랐다. 대신에 조금 두꺼운 옷들이 계절을 말해주고 있었다.


조금 더 걸어 사람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고구마 굽는 냄새와 제철 과일들이 보였다. 어떤 이는 자신의 언니가 우울증이 있어 그 언니를 살리고자 매번 다음 계절의 음식을 먹으러 가자고 말했다. 꼬박꼬박 제철 음식을 챙겨 먹고, 아주 별거 아니지만 그렇게 살 이유를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나는 겨울이 되면 고구마를 먹는다. 오븐에 넣어 1시간을 아주 약한 온도로 구워내면 진한 꿀이 뚝뚝 떨어지는 노란빛의 고구마가 나온다. 하얀 우유와 한입에 머금으면 겨울이라고 나도 모르게 포근해진다.


남편과 함께 근처 가게로 들어가 조개탕 하나를 시키고 소주 한 잔을 기울였다.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양파와 조개만 덜렁 들어있었다. 휘적여보니 몇을 들어가 있지 않은 조개탕이었다. 그런데도 국물맛이 시원해 나도 모르게 아- 하고 시원한 내음을 뱉었다. 참 진솔한 감각이었다. 내 몸 어딘가에 숨어 있던 아저씨 한 명이 걸쭉한 감탄사를 말하고 다시 숨어버린 듯 하였다.


겨울밤 우리는 조개탕을 하나 두고 소주를 한 잔씩 기울였다. 잔들이 부딪치는 소리와 소주가 잔에 채워지는 찰랑거림에 취해갔다. 가게에 메워진 노랫소리도 좋았다. 오감이 다 취하는 듯하였다.


겨울밤, 계절에 취해가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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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진솔한 감각이나 상자를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궁금해하고

그리워하는 복합적인 감정을 자연스럽게 다루는 솜씨가 탁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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