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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지연 Dec 05. 2022

69. 외면 받는

상상마당 강의 내용 중

유난히 따듯한 아침이었다. 요즘 날씨가 추웠던 모양이다. 온기 가득한 이불 속에서 움츠렸던 몸을 더 굽혔다. 잠에서 사르르 깨어나자 도마소리가 들렸다. 도도도, 오랜만에 들리는 소리였다. 엄마의 도마소리였다. 곧이어 아빠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딸, 아빠 오랜만에 왔는데 안 일어날 거야?”

여전히 너무 졸렸다. 아빠의 말에 다 큰 딸이 아무렇게나 자는 모습이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일어날 체력이 되지 않았다. 딱 5분만 더 자고 일어나려 했다. 엄마와 아빠는 부엌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하하 호호 즐겁게 밥을 준비했다. 코에 가득 맛있는 음식 냄새가 들어왔다. 따듯했다. 언제 추웠는가 기억이 안 날 만큼 따듯한 아침이었다.     


이제 슬슬 내 몸을 일으킬 때가 되어, 몸을 일으키려 했다. 정말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꿈이었다. 가위에 눌린 것이었다. 이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악몽이라고 나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일 순간 따듯했던 노란빛이 시퍼런 회색으로 변했다. 엄마도 아빠도 사라지고 나 혼자 남았다. 손가락으로 안간힘을 써 침대에서 일어나자, 나 홀로 남았다.     


마음은 방심하면 안 된다. 조금이라도, 바라는 마음을 내비치면 이렇게 꿈으로 투영되곤 한다. 나의 마음이 여실하게 엄마와 아빠랑 함께하길 바랐나 보다. 서러움에 후드득 눈물이 떨어졌다. 운들 바뀌는 건 없다. 허상을 쫓는 거만큼 바보짓은 없는 것을 안다. 현실을 부정하고, 없는 것을 바라는 것이 얼마나 불행하다는 것쯤 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마음이 바랬다. 머리는 수십번을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막았건만 멋대로 바란 마음을 내가 어찌 막을 수 있었을까. 눈물을 그만두고 나서도 남는 건 나 혼자다. 아무도 없다.


현실에서 외면받는 나의 희망은, 이윽고 절망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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