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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지연 Dec 05. 2022

70. 잘 잤어요?

별의 한조각 책 내용중

요즘 들어 유난히 악몽을 자주 꾸었다. 무서운 귀신이 나오거나, 누군가가 나를 쫓아오는 그런 꿈이 아니었다. 엄마와 자주 싸우거나, 학창 시절의 내가 나오곤 했다. 내가 가득 빈 마음이었을 때였다. 감정이 가장 뜨겁고 치열해 주체하지 못해 토해내도 열병처럼 앓았던 때. 그 감정들이 물밀듯이 꿈에서 재현되었다. 그래서 잠을 자지 못하고 거부했다. 당연하게 불면증이 왔고, 억지로 수면제를 먹고 자는 날들이 많아졌다. 

    

어느 날은 수면제 두 알을 먹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교수님은 수면제는 하루에 한 알만 먹으라고 했지만, 이튿날을 꼴딱 새어도 잠이 오지 않아, 그런 내가 무서워 수면제를 두 알이나 먹었다. 그런 나에게 교수님은 못 깨어날 수도 있으니 수면제는 과용하지 말라고 했다. 그럴 만큼 악몽이 무서워 잠을 자기 싫었다. 처음에는 악몽을 꾼다는 사실을 교수님께 말씀드리지 않았다. 너무 잠을 자지 못하는 날이 계속되자 교수님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차근차근 물으셨고, 나는 사실대로 말했다.    

 

“따미씨 병을 내가 약으로 덮어두니 속은 곪아서 그게 꿈으로 계속 터지는 거예요”

교수님은 한참을 고민하시다가 결국 약 한 알의 용량을 늘리기로 하셨다. 3년 내내 약을 먹었는데 약의 용량이 늘었단 사실에 절망했다. 약의 개수를 줄이고 싶었는데 되려 용량까지 늘었다. 아무리 알약을 잘 먹는 나라도 10알이 넘는 약을 한입에 털어먹기는 버겁다. 잠이 들지 않아 수면 성분의 약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는 나날들도 너무 힘겨웠다. 터질 것 같은 울음에, 우울함에 교수님은 괜찮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하나도 괜찮지 않았다. 꿈도 결국에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내 마음, 몸, 정신 뭐 하나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나는 인정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데, 인정하고 싶지 않다. 나는 여전히 괜찮지 않은 하루를 살고 있다. 병동을 나와 일상생활을 한 지 벌써 3년째인데 아직도 약을 먹고 오늘은 용량을 늘렸다. 언제쯤 약의 개수가 가벼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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