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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지연 Dec 16. 2022

85. 남의 상처를 보면 모르는척 해주세요

유퀴즈, 조명신 의사

다정도 병이다. 어떤 이가 얼굴이 안 좋아 보이면 인사치레처럼 묻곤 한다. 요즘 얼굴이 안 좋아 보이네요 무슨 일이 있으신 거 같네요. 상대는 쓴웃음을 지으며 아... 네라고 그럭저럭 자신의 일상을 공유한다. 어떤 때에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이야기에 말문이 턱 막히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그들은 과연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한 지인은 아킬레스건에 커다란 흉터가 있었다. 우연히 나는 그것을 보게 되었고 또또 참지 못하고 흉터가 있네요. 라고 물었다. 지인은 한참 망설이다가 실은... 이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생각보다 이야기는 무거웠고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이 사람과 이야기를 공유할 만큼 가까운 사이였던가 고민했다.


나는 남의 상처를 보면 그것을 걱정해주는 게 다정이라 배웠다. 걱정해주고 같이 아파해주는 게 친절이라 배웠다. 사람들이 나에게 자신의 상처를 쉽게 털어놓는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하다 문득, 내가 과하게 그들에게 상처를 알아채고 묻는건 아닐까 하는 답을 얻어냈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 라는 말이 있다. 정말 반이 될까. 내가 그 지인 아킬레스건의 이야기를 들은들 그 지인 아킬레스건의 고통이 반으로 줄까. 물리적인 고통은 그대로이다. 그러면 심적인 고통은? 지인이 말을 끝내고 내가 안쓰럽다는 듯 쳐다보자, 애써 '괜찮다'라고 말해야 하는 그 상황은 더 고통이 아니었을까. 나의 단순한 호기심을 해결하고자 다정이라는 핑계를 댄 건 아닐까. 오늘도 내 입을 한 대 때려본다.


다정은 병이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 감정은 폭력과 다름없다. 상대를 진실의 의자로 강제로 끌어다 놓는 아주 사악한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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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상처를 보면 제발 모른척 했으면 좋겠어요

유퀴즈, 조명신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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