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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지연 Dec 18. 2022

87. 예상치 못한 시간

소모임 카톡 대화중

삶이라는 불규칙한 음속에서 정확한 음을 찾아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나의 음은 대체로 불안정하다. 조율하지 못한 바이올린과 같았다. 그럭저럭 악보를 볼 줄 알아 노래와 비슷한 음을 낼 줄 알았으나, 미묘하게 틀린 음들이 듣는 사람의 미간을 찌푸리게 했다.


다름이 아니라 틀림이었다. 가끔 모든 사람이 아니라고 하는 것에 맞는다고 했다. 내가 하는 행동에 그러면 안 된다고 하면 나는 그게 왜 안 되느냐고 물었다. 나의 행동은 악보에 그어진 정확한 '도'를 보고 플랫 '도'를 치는 정도의 엇나감이었다. 사람들은 나를 '특이하다'라고 명명했다. 덤으로 비난도 얹었다. 같은 도인데 그저 플랫이 되었을 뿐인데 비난은 너무 하지 않을까. 나는 생각했다. 나의 플랫도 는 남들이 봤을 때 고고한 클래식 장애 튀는 불협화음일까.


누군가는 나에게 말했다. '매력이 참 강한 사람' 나는 이미 플랫 돼버린 나의 성격을 더는 억누르려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예상치 못한 시간이 찾아왔다. 평범함이 독이 되는 시간. 개성이 중요 되는 시간. 남들과 다르고 조금 튀는 이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나의 불규칙한 음이 어느 곳에서 집중 받고 나의 움직임과 말이 재미로 환영받기 시작했다. 나는 달라진 게 없다. 그저 분위기가 달라졌을 뿐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이 예상치 못한 시간이 어느 순간 또 지나갈지 모른다. 그때는 또 나의 음이 틀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또 나의 음을 매력이라고 해주는 시간을 기다려야겠다. 나는 틀린 것도 고장 난 것도 아니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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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시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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