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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지연 Dec 19. 2022

88. 도무지 알 수 없는 기억들 속에

이민혁 그렇게 됐나 봐

수많은 작업 속에 눈이 아파 안경을 맞추었다. 2.0에 가까웠던 시력이 반토막도 아닌 0.8까지 떨어졌다. 나이를 먹는 것은 어디 한두 군데 고장이 나는 것 같다. 내 몸을 잘 운영해야 하는데 여간 손볼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우선 약을 핑계 대보면 살이 너무 쪘다. 덕분에 관절이나 무릎이 많이 상했다. 운동능력이 상당히 좋았는데 달리기는커녕 걷기도 아주 벅차다. 나의 운동신경이 이렇게 안 좋았나 싶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도 잘 걷지 못한다. 아직 30대인데 너무 내 몸을 망가뜨린 거 같아 내 몸에게 미안하다.


제일 안 좋은 건 역시 정신건강이 아닐까 싶다. 도무지 알 수 없는 기억들 속에 비몽사몽일 때가 있다.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 못 하는 삶의 연속이었다. 약에 취해, 내가 이 행동은 언제 했는지 아니, 행하였는가조차도 까무룩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심장이 철렁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나를 망쳐놓는 건 아닐까. 나의 가까운 사람들은 가끔 알아챈다. 내가 아무리 꼼꼼히 챙긴다고 하더라도 잊고서 한번 두번 되물을 때가 있으니, 왜 자꾸 묻느냐고 채근한다. 다이어리에 한번, 핸드폰에 한 번 적고 또 적어 약속을 확인하고 일정을 확인해도 믿을 수가 없을 지경에 이른다.


가끔은 내가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하지 못하면 어쩌지 불안해한다. 그래서 기록을 많이 한다. 기억하려고,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언제든 보고 떠올리려고. 기억이 파편이 되어 조각날지라도 나의 기록을 보고 맞출 수 있지 않겠느냔 희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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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알 수 없는 기억들 속에

그렇게 됐나 봐

-이민혁, 그렇게 됐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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