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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지연 Dec 20. 2022

89. 날 죽이기라도 하겠단 뜻이야

재벌집 막내아들 대사

"날 죽이기라도 하겠단 뜻이야."

의문형일까. 입 밖으로 나온 문장은 그대로 추락해 땅으로 처박혔다. 말은 공중에 흩어져버리기 일쑤이다. 흩어버리기 전에 그 말이 화살이 되어 마음에 비수가 되기도 한다. 말은 누군가 죽일 수도 있는 무기가 된다. 알 수 없는 이들이 가끔은 말도 안 되는 형용할 수 없는 문장들로, 사실들로 날 죽인다.


나는 누군가에게 말로 죽임을 당하기 전에 내가 나를 죽이려 했다. 목숨. 물리적으로 나를 죽이려는 게 아니었다. 수없이 나에게 물었다. '날 죽이기라도 하겠단 뜻이야?' 의문형으로 던져보았다. 아니다. 나는 나를 죽이지 못한다. 나는 다만, 나의 영혼을 죽일 수는 있었다. 모든 것에 감정을 제한하고, 나를 흑백으로 바꾸었다. 형형 빛깔의 색깔을 넣기는 쉽다. 하지만 한번 검은색으로 물들인 것은 다시 색으로 바꾸긴 어렵다. 나의 흑백은 돌이킬 수가 없었다.


날 죽이기라도 하겠단 뜻이야. 의문형이 아니었다. 확신이었다. 모든 걸음과 내 숨은 나를 죽이는 것과 같았다. 살고 싶었지만 결국에 나를 죽이는 것과 다름없었다. 

-

날 죽이기라도 하겠단 뜻이야?

못할것도 없지

- 재벌집 막내아들,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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