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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지연 Dec 21. 2022

90. 우리는 숫자들과 수치를 접하기 쉽다.

친구의 시험공부 필기 속

우리는 어떤 것을 증명할때 대부분 숫자들과 수치를 접하기 쉽다. 설명하기에도 숫자가 쉽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정량화가 되지 않는 것은 많다. 나는 정신과로 입원했을때 퇴원을 언제하는지가 궁금했다. 나의 궁금증에 교수님은 내가 정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정말 모를 일이었다. 뼈가 부러지면 엑스레이로 보면될텐데 정신이 고장났다면 뇌사진을 찍어야하는건가 고민을 했다. 정신과는 어떻게 수치로 측량을 해야하는 걸까. 누군가에게 아팠다 말을 할때 많이, 조금, 적당히 양에 대해서 고민이 되었다.


죽을만큼 아팠어. 이 말로도 부족했다. 어쩌면 나의 어휘가 부족했기에 설명을 잘 못하는 것일 수 도 있다. 한번씩 나의 아픔을 비커라도 들고와 퍼다 보여주고 싶었다. 한 비커 200개의 양이야. 라고 말하면 누군가 공감해줄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러다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다. 꼭 누군가에게 공감을 바래야하는걸까. 나는 충분히 히 아팠다. 아니 어쩌면 여전히도 아프다. 누군가에게 어리광을 부릴 생각은 없다. 다만 누군가 나처럼 아프지 않았음 하는 바람에 나의 경험을 말하고 다닌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공감을 바라는 칭얼이 되어버린것 같다. 그러면서 수치를 정량화 한게 아닌가 싶었다. 맛집 장인이 며느리에게도 안알려주던 레시피 마냥 고춧가루 몇스푼, 마늘 몇 스푼 이렇게 나의 우울, 눈물이 몇 리터였는지 꼭 꼭 셈을 해보고 싶은 심보였다.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얼마나 힘들었니 하면 적당히 힘들었고, 적당히 아팠다고 말을 한다. 나는 여전히 아프고 여전히 힘들다. 나는 나의 사람들이 나와 같은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굳이 나의 아픔을 생생하게 알려주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닌것 같다. 그러니 나의 아픔은 뭉뚱그려 말을 해야겠다. 나는 적당히 아팠고 지금 적당히 잘 살아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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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기사를 읽을때 우리는 숫자들과 수치를 접하기 쉽다.

- 친구의 시험 공부 필기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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