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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지연 Dec 26. 2022

94. 눈물은 미련이란 것 즘

성시경, 내일 할 일

나는 울음이 많이 편이다. 억울해도, 화가 나도, 당황스러워도 눈물이 먼저 나와 울기 바쁘다. 덤덤한 척해보아도 솟구치는 눈물때문에 해야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끅끅대기도 했다. 할 말이 액체가 되어 눈에서 벌컥 쏟아지는 모양이다.


가끔은 우는 일이 스트레스가 해소되기도 했다. 마음을 쓸어버리는 듯이 펑펑 울고 나면 배가 고파졌다. 허기진 듯 우걱우걱 채워 넣고 나면 졸음이 쏟아졌다. 얼굴에 덕지덕지 묻은 눈물자국을 떼어내지도 못 한 채 잠이 들곤 했다. 미련한 방법이었다. 한 번쯤은 탈이나 결국 모든 걸 게워내고 변기통을 붙잡고 또 울기도 했다. 몸의 모든 수분이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고작 물이다. 몸에 있는 물들이 빠져나가는 일인데 진이 빠져 온몸이 허덕였다.


사람들은 나에게 말했다. 왜 그렇게 우냐고, 어쩜 그렇게 잘 우냐고. 나도 울고 싶지 않다. 나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내가 울지 않을 텐데. 변태도 아닌데 왜 그리 날 바늘 같은 걸로 콕콕 찌르고 왜 우냐고 묻는 것일까. 울고 싶어서 감정을 잡고 우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배우도 아니고. 나에게 물었던 이들 때문에 대게 울었던 것 같다.


나도 울고 싶지 않다. 눈물은 미련이란 것쯤 잘 알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도, 답답해서도, 화가 나서도, 다 알고 있다. 그냥 나를 내버려 둔다면 그러면 안 울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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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미련이란것즘

서로의 가슴은 알기에

우리 편안하게

내일 이별해

- 성시경, 내일 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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