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우, 내일의 나에게 무엇을 말해야 하나
유난히 아름답지 못한 시기가 있다. 모든 것이 불만이 있고, 세상을 격하게 부정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아름다운 것들마저도 속셈이 있는 게 아닐까?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 한번 그 구렁텅이로 빠지게 되면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게 잊힐 만큼 일상이 하나씩 무너진다.
어느 날은 살고 있던 원룸의 전등이 고장 났다. 등을 갈아 끼워야 하나 아침에 나가 저녁에 들어오니 등을 혼자 갈기가 어려웠다. 누구에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나는 점점 어둠에 익숙해져 더듬거리며 침대에 누워 아침이 오길 기다렸다. 빼곡한 원룸들 사이 창문으로 빛이 새어들면 간신히 그 빛으로 세수를 하고 집으로 나왔다. 밖은 밝고 눈이 부셨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 너무 싫었다. 어둠에 갇혀버리는 것만 같았다. 나를 꼭 쓰레기통에 버리는 듯했다.
그러다,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나의 방 전등을 갈아주었다. 가만히 갈고 있는 남편의 모습을 보았다. 등을 갈아 끼우자. 환한 빛이 쏟아져 눈을 부시게 했다. 아름다운 것들엔 속셈이 있다. 나는 남편의 친절에 등을 보였다. 속셈을 말하라고 왜 나에게 친절하냐 날을 세웠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자신의 속셈은 나와 친해지는 것이라고, 그는 등을 갈아준 이후로 자주 나의 집에 찾아와 나의 집에 불을 밝혔다.
아름다운 것들엔 속셈이 있다. 하지만 가끔은 그 속셈에 속아주어도 좋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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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대로 모두 믿었더니
나를 모두 바보라 하니
아름다운 것들엔 속셈이 있고
- 택우, 내일의 나에게 무엇을 말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