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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지연 Dec 31. 2022

98. 사람의 이야기란 얼마나 사소하면서 깊은가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가장 내밀한 면을 공적인 장소에 보이는 것이다. 나의 밑바닥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가끔 이런 것까지 글로 써도 되느냐는 글을 보기도 한다. 하긴, 나도 내 글을 보면 아주 사적인 글감을 쓰는 것을 보면 할 말은 없다. 사람의 이야기란 얼마나 사소하면서 깊은가. 나는 내 이야기를 글로 쓰면서 생각했다. 이것을 뱉어내면 나의 우울도 같이 뱉어내질 수 있을까. 그러면 이 깊고 진한 우울함이 좀 옅어질 수 있을까. 속이 곪아 터지더라도 곪은 상처가 뱉어져, 내가 덜 아플 수 있을까. 용기 내 글이 나왔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미미했다. 아무래도 내가 인기 작가는 아니다 보니 그럴 수 있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생각보다, 큰 파급력이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딱히 위로도 받은 게 없다. 그저 지인들에게 자기 고백이 된 셈이었다.


그렇다면 나의 고백은 통하였을까. 사람들은 나를 괜찮아질 것이라고 위로했다. 나의 손을 잡아주고 나를 배려해주기 시작했다. 그 배려는 편하긴 했지만, 가끔 독이 되었다. 어떤 이는 내가 너를 어디까지 배려해주어야 하냐며 따지기도 했다. 나는 원치 않는 배려였건만, 배려해주었다고 하니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음…. 나도 편했으니 이용을 한 건가? 라는 생각을 했다. 배려란 무엇일까. 나도 남을 배려하려고 무단히 노력하지만 이렇게 원하지 않는 배려는 부담이라는 것을 알았다. 생색. 그래, 생색을 낼 바에는 배려하지 말자는 생각도 느끼게 되었다.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 읽는 것은 어쩌면 한 사람의 미래를 오롯이 받아들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람의 전부를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함부로 판단하고 정의를 내리는 건 오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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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이야기란 얼마나 사소하면서 깊은가

헌책방 기담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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