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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지연 Dec 31. 2022

99. 하루를 무사히 넘기는게 버거울까 불안한 모양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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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버거울 정도로 불안한 날들이 있다. 가끔은 내가 이 하루에 무엇을 했을까. 뒤돌아보면 까마득한 어둠만 보일 때가 있다. 앞을 보아도 어둠인데 돌아가자니, 뒤돌아보아도 어둠투성이일 때가 있다. 나는 그러면 주저앉아 엉엉 운다. 세상은 불빛 가득한 네온사인이 가득한데, 나는 그 빛 한 줌 얻지 못하고 무엇을 했을까. 나 스스로를 쥐어박는다. 바닥 내려앉아 한참을 울다 보면 어둠이 나를 잡아먹는다. 어둠 속의 나는 늪에 빠진 거처럼 숨을 참고 허우적댄다. 아주 상투적이고 보편화된 표현이지만 나는 그렇게 질식해간다.


불안한 모양새로, 위태롭게 하루를 버티고 나면 남는 게 뭐가 있을까. 누구도 나에게 친절하지 않다. 친절하게 해줄 필요가 없지만 그렇다고 나에게 불친절할 이유도 없다. 차갑게 어깨를 치고 가는 타격감이 어깨에 진하게 남는다. 칼로 찌른 것도, 총으로 쏜 것도 아닌데 어깨가 부서질 만큼 아린다. 꾀병이라고, 엄살이라고 해도 좋다. 내가 지금 아프다는데 그깟 조롱이 무슨 소용이랴. 사람의 불안과 공포를 그런 두 단어로 꽁꽁 묶어 버리면 좋으랴.


가끔은 밤이 형체를 가진 것 같아 무섭다. 잠에 깨어 눈을 떠보면 아침이 아닐 때가 있다. 까만 밤인지 까만 아침인지 모를 때가 있다. 까만 공기에 온몸이 싸여져 눈을 가려 앞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다시 잠이 들어야 할까. 아니면 잠에 깨어 그 우울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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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무사히 넘기는게 버거울까 불안한 모양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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