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의 착한 딸이었다
엄마는 나에게 말했다. “우리 딸은 사춘기가 없어서 참 예뻐” 그 말은 주문처럼 작용했다. 나에게 사춘기는 오면 안 되는 것이었다. 엄마가 무슨 말을 하든, 불합리한 요구를 하든 나는 “네”라고 말했다. 사춘기가 오지 않는 착한 딸은 그렇게 말해야 했다. 나만 바라보고 핸드폰에 ‘나의 희망’이라 저장해놓은 엄마를 실망하게 할 수 없었다. 다 나를 위한 일이라고 했다. 내가 행복해지는 일이라고 했다. 엄마의 말은 틀리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의구심이 들었다. 내가 정말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맞을까. 장래 희망을 적는 칸에 엄마가 원하는 ‘변호사’라는 꿈이 내 꿈이 맞을까. 썼다 지우기를 반복해 헤진 종이를 보며 펑펑 울었다.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노트와 교과서 귀퉁이에 그린 작은 그림들을 행여나 엄마에게 들킬세라 지우고 또 지웠다. 엄마는 말했다. 이건 다 나중에 취미로 하라고. 행복해지려면 공부하라고. 사춘기가 오지 않은 우리 딸은 착한 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