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자
저녁에 커튼을 치고 자지 않아서 아침 햇살이 고스란히 나에게로 쏟아졌다. 눈을 뜨고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는 햇살이었다. 노란빛이 손을 간질간질 맴돌았다. 봄이 와 벚꽃을 보고 싶다 노래 부른 지가 엊그제였는데 벌써 싱그러운 초록이 생명을 머금는 여름이 되었다. 늦은 오후까지 늦잠을 잤던 터라 문을 열어보니 초등학생 아이들의 하교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하 호호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손에 들린 신발주머니가 허공에 몇 번 원을 그리며 뛰노는 모습이 즐거워 보였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모습만 바라보아도 내 안의 에너지가 채워지는 기분이다. 삶은 이상하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위로를 받고 아무것도 아닌것에 상처받는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계획했던 것들이 마음처럼 되지 않아 속상했는데 아이들의 하교하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졌다. 마음에 움텄던 불안이 사라지고 새로운 시작을 하라는 신호탄 하나가 발사되었다. 그래, 여름이다. 새로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