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였다. 나만 모르는 눈짓들이 왔다 갔다 하고,
나는 분명 있었는데 없는 사람이었다. 나를 관통하던 그 눈짓들은 칼이 되어 나를 찔렀다.
처음부터 친구들은 나를 바로 버리지 않았다. 나의 말을 무시하거나, 내 행동에 ‘하’라는 실소를 터뜨렸다.
이동수업을 갈 때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어디론가 향할 때 나보다 몇발짝 앞서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두 걸음, 세 걸음. 따라 잡을 수 있었던 거리가 어느새 뛰어도 따라잡을 수 없는 거리가 되었다. 친구들의 등을 보고 걷는 시간이 잦아졌다.
거리는 점점 멀어져만갔다. 그 거리는 친구들과 나의 마음의 거리와도 같았다.
하루는 체육복을 가져오지 않은 날이었다. 아이들이 나를 두고 가버릴까,체육복을 빌려 허겁지겁 교실에 돌아왔지만 아무도 없었다.
텅비어있던 교실이 자꾸만 떠오른다. 그때의 일을 종종 꿈을 꾸곤한다. 쉬는시간동안 체육복을 빌리러 다니고 아이들이 나를 두고 가버릴까 발을 동동 구르다 종이 치면 바닥에 주저 앉아 엉엉 울다 깨는 꿈.
왕따가 아니였다면 왜 먼저갔냐며 장난스럽게 말을 했을것이다.
말을 꺼냈다간 정말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말하지 못했다.
나의 한마디 한마디 먹잇감과 같았고, 그 아이들은 굶주린 짐승과도 같았다.
살얼음판을 걷는 어린애 마냥 위태롭게 조심 또 조심했다. 그들도 그런 나를 보며 깔깔 웃고 조롱했다. 그게 그들이 나를 처음부터 버리지 않은 이유다. 재밌었으니깐, 숨소리마저 숨기며 아이들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내 모습이 우스웠을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