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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지연 Mar 25. 2022

02. 까만 구멍

조롱과 재미가 끝나면 지루하다듯 그들은 나를 버렸다.

흥미잃은 장난감에는 티끌의 애정도 없었다.      

“따미야 너 과학실 안가니?”

과학실 이동수업시간이었다. 친구들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모여 있기에 나는 조금 떨어져 가만히 앉아있었다. 친구들이 움직여야 그 뒤를 졸졸 따라 갈 수 있기 때문에 먼저 일어나지 못했다. 

“가야지!”

나와 같이 가자는 말인줄 알았다. 기쁨에 겨워 뒤돌아 대답했다. 참 눈치 없던 나의 대답에 피식 웃으며 그 아이는 말했다.

“그래 잘가 ~”

나의 대답에 그 아이는 손을 흔들며 깔깔깔 웃었다. 다른 친구들도 재밌다듯 소름끼치게 깔깔대며 교실밖을 나갔다. 나에게 이제 더는 같이 다니기 싫다고 선언을 한 것이었다. 드디어 선을 그은것이었다. 나는 교실에 덩그러니 남았다.

내 발밑으로 까만 구멍하나가 생겨난것만 같았다. 심장이 쿵하고 떨어졌다. 이내 내 모든 감정이 그 구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 칠흙같이 까만 공간으로 쳐박혔다. 까만 공간에 삼켜져, 눈코입이 막혀 소리가 나오지도 못하고 끅끅 대며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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