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스런 마음
엄마는 나에게 큰 세상이었다. 아빠는 힘센 영웅과도 같은 사람이었다. 어릴 적 두 사람을 올려다보며 오순도순 나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엄마 손에 음식물 쓰레기가 묻을까 대신 버려주던 자상한 아빠가 좋았다. 매일 맛있는 저녁을 해주던 가정적인 엄마도 좋았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연결된 우리 집이 좋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연결은 약해졌다. 아빠는 엄마의 손을 신경 쓰지 않았고, 엄마는 더 이상 식탁에 따듯한 음식을 놓지 않았다. 특히나 엄마는 자신의 늙음을 인정하지 않았다. 등이 굽고 시력이 나빠질수록 화를 냈다. 노쇠해지고 있음을 인정하지 못했고 그 화는 고스란히 나와 동생에게 돌아왔다. 손에 난 조그마한 혹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모르겠다. 엄마의 젊음이 사라질수록 조마조마하다. 그 젊음을 내가 뺏은 거처럼 엄마는 나에게 채근한다. 나의 잘못도 아닌데, 죄스러운 마음에 나는 자꾸 도망을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