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밤을 외워요 – 불안

더듬거리는 방안

by 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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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방안을 더듬더듬 걷는 듯. 위태롭게 걸어간다. 아스라이 쌓인 불안이 무너져내리면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어린애처럼 운다. 불안은 한 번도 분명하지 않고 멋대로 찾아온다. 심장박동이 귀를 괴롭힐 만큼 요동치고 그 진동이 손끝에 닿으면 불안이 날 집어삼켰다는 신호다. 나는 밤이 무섭다. 무신경하게 다가오는 불안에 대책 없이 당해야 하기에, 막을 수 없기에, 몇 알의 약에 의존한다. 사라져라, 멎어라, 이 불안이 나에게서 멀어져라. 나는 또 밤을 외워본다. 어린아이처럼 침대맡에 웅크리고 벌벌 떨며 주문을 외우듯 외우고 또 외운다. 불안이 잦아들 때까지. 약 기운이 몸의 구석구석 퍼져나가 나의 불안을 잡아먹길 바라며. 이 밤이 무사히 끝나길. 손끝 진동이 흩어져간다. 마음의 진동도 조만간 흩어지겠지. 웅크렸던 몸을 펴 편안히 뉜다. 베개 닢 끝을 잡고 조금만 더 버텨본다. 조금만 참으면 이 불안감이 사라질 수 있다고, 이유조차 알 수 없는 괴물이 사라질 거라고. 조금만 더 외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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