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밤을 외워요 – 일기

오늘의 감정을 외우기 위해

by 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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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일기를 쓴다. 하루에 실수를 되짚어보며, 이 실수를 왜 했는지 다음번에는 더 단단해지고자 다짐한다. 일기를 쓰는 날은 내 마음에 들지 않은 엉망인 날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일기를 쓰지 않은 날이 오히려 무사히 지난 안락한 날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한탄밖에 다음에 잘하잔 넋두리밖에 없다. 평범하고 무탈한 날엔 쓸 글이 없다. ‘아침에 일어났습니다’로 시작하여 ‘잠이 들었습니다’로 그 중간에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 그런 날들. 일기는 매일을 살아가는 나날 중 특별히 엉망인 날에 책갈피를 꽂아두는 것과 같은 일이다. 좋은 일도 기록해두지만, 마음이 안 좋은 날 일수록 감정을 다 쏟아두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한때는 욕으로 가득한 일기도 있었다. 시간이 지났을 때 이런 격한 감정으로 글을 썼구나! 담담하게 맞이한다. 나이가 들 수록 감정을 대하는 마음이 딱딱해진다. 딱딱한 굳은살이 박힌 거 마냥. 이 딱딱한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일기를 쓴다. 오늘 밤의 감정을 외우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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