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을 간다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기분이 낮아진다. 아무것도 아닌 기억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한다. 특히나 혼자 있는 밤이면 더욱 우울감이 짙어진다. 그럴 때면 거짓말을 외운다. 그리고 연극을 한다. 행복한 사람인거처럼 사랑받는 사람인 거처럼. 소파에 앉아 나의 이야기를 꺼내어 본다. 나는 너무 행복해 지금 삶을 만족한다고 토크쇼에 나온 사람처럼 말을 한다. 거짓말의 거짓말. 입이 바짝 마를 만큼 나의 거짓말이 끝나면 나는 속이 텅 빈 껍데기만 남는다. 목이 마른다. 갈증이 나, 물을 마셔보아도 갈증이 해소가 되지 않는다. 상투적인 말로 죽을 거같이 간절하게 마음의 갈증이 생긴다. 쩍쩍 갈라진 곳에 물을 퍼부어봤자, 메꿔지지 않는다. 나는 계속 거짓말을 할 뿐이다. 나는 행복하다. 우울하지 않다. 도망가는 것뿐이다. 어떤 방향으로 가든 막다른 골목이 나타나게 되어있다. 멈춰 서게 되어있다. 나의 밤은 우울함이 찾아오게 되면 거짓말을 외운다. 그리고 도망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