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여러번 적었던 것이지만
그때마다
부끄러움으로 인해
무거운 마음으로 쓰게 되는 숫자들.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신년 다이어리를 찾게 된다.
책장에는 이미 수년간 모아둔 다이어리들이 꽂혀있다.
너무나도 멀쩡하고 예쁜 그들.
나는 그들을 펼쳐보기가 늘 두렵다.
어디에나 담겨있는 시간의 공백들이
드문 드문 적힌 날짜들로 증거를 제시한다.
이번 연말에도 나는 새 다이어리를 찾는다.
물론 당당히 날짜를 쓸 것이다.
기록은 소중한 거라고, 친하게 지내자고 다짐할 것이다.
또 시간이 흐른뒤에
미안한 마음으로 그의 얼굴을 보게 될 지라도
역시 새 다이어리를 마주하는 허영의 기쁨은
포기하고 싶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