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기'
'참된 나다움을 발견하라'
'나에게 집중하며 살기'
같은 조언들이 책이나 강연을 통해 많이 전파되고 있다.
결국 나를 위한 인생을 살라는 의미인데
이건 아무때나 가능한 일이 아닌것 같다.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나고 가족의 품에서 자라나는 동안
우리는 부모와 가족에게 의존하며 산다.
짧게는 20년, 길게는 삼사십년 아니 평생동안 그 구도가 지속되는 사람도 많다.
의존이란 것은 언뜻 보면 도움을 받는 혜택인 것 같으나
한편으로는 벗어날 수 없는 갇힌 공간과도 같다.
성인이 되어 사회에 진출하면 독립적인 사람이 되려나 했지만
학교가 회사로 바뀐 것일뿐
달라질 것은 없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자
약간은 다른 의미의 새로운 의존관계가 만들어졌다.
내 가정이라는 곳에 대한 의존, 내 아이에 대한 의존.
겉으로 보기엔 아내와 아이가 나에게 의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내가 그들에게 의존하고 있었다.
중년이 지나고 더 나이가 들면
그 오랜동안 내가 의존했던 대상들이 소멸하기 시작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게 되고
아이가 커서 출가하게 되고
가족 친지 친구들도 점점 옅어지며 사라진다.
혹자는 이를 두고 외롭다 고독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달리 생각하면
살면서 처음으로
어떤 대상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나 자신의 삶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난생 처음 접해보는 이 탈의존의 상태가
고립과 소외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그때부터야 비로소
사회적 존재가 아닌 자연인으로서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 아닐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나무가
잎을 떨구면서 깊은 사색의 시간을 가지듯이
우리도 이제껏 촘촘이 맺어왔던 의존의 관계에서 서서히 벗어나서
나 자신의 민낯의 생을 만끽해야 하리라.
그 안에서 무엇을 만날 수 있을지는
두려운 것이 아니라
실로 기대되는 것이어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