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망나니 막내딸
욕지거리를 뱉으며 거칠게 운전을 한지 어연 24분
니아는 목적지인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기어를 중립으로 바꾼 채 니아는 임주상 대표의 딸인 임혜인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예정 시간에 나오지 않자 니아는 혹여 블랙박스에 녹음된 걸 대표가 들을까
불만을 입 밖으로 뱉지는 못하고 속으로 구시렁거리기 시작한다.
'아니 왜 안 나오는 건데 하 진짜 이 집안사람들은 시간 개념이 없나?'
아직 레스토랑 크라이세의 오픈 준비가 끝나지 않았기에 1분 1초가 아까운 니아였다.
자동차의 덜덜 거리는 엔진 진동 때문인지 불안한 마음 때문인지
오른 다리를 떨며 초조함에 애꿎은 자동차 핸들만 만지며 괴롭히고 있다.
오픈 시간 전에 준비를 다 마치지 못할까 노심초사하며 기다린 지 5분이 지났을 때쯤
커다란 검정 캐리어를 질질 끌며 멀리서 임혜인이 걸어오기 시작했다.
'아니 쟤는 갈수록 덩치가 커지는 거 같은데? 나중에는 굴러다니는 거 아니야?'
3개월 만에 보는 임혜인의 모습에 놀란 니아는 속으로 생각했다.
임주상 대표의 딸인 임혜인은 니아보다 2살 어린 동생인데 보이는 모습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다시 봐도 적응되지 않는 비주얼에 니아는 새삼 맨 처음 대표에게서 임혜인에 관해 들었을 때가 떠오른다.
입사가 확정된 후 처음으로 임주상 대표와 만남을 가지는 자리였는데
앞으로 어떻게 운영하고 목표는 어떻고를 이야기하고자 만남을 가졌지만 이와 무색하게
임주상 대표는 자신이 어떻게 이곳을 키웠는지 이야기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내가 말이야 어? 아무것도 없는 거지였는데 진짜. 이야 진짜 그때 내가 고생했는데 진짜
어? 나무 하나하나 다 직접 손으로 어? 내가 어? 진짜 어? 이야 그때 엄청났어!!'
어떤 게 굉장했고 어떤 과정이 있었고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스스로에게 굉장히 감탄하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니아는 이날 하는 이야기 중 90프로 이상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일하게 될 리조트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위치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기에 그저 웃으며 맞장구 칠 뿐이었다.
'와.. 정말요? 진짜 고생하셨네요' '와 그렇군요'
니아는 혹여 임주상 대표의 심기가 거슬릴까 자신이 아는 표현을 돌려가며 리액션하고 있었는데
점차 쓸 말이 줄어들자 괜히 불안함을 느꼈다. 하지만 마침 임주상 대표의 이야기 주제가
자신의 딸인 임혜인의 이야기로 변했고 니아는 이에 안도감을 느꼈다.
'내가 어? 너 만한 딸이 있는데 어? 진짜 무지하게 이뻐 어?'
니아는 자신과 비슷한 여자 또래가 있다는 이야기에 내심 기대하며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진실된 리액션과 대답을 했다. '와 정말요?? 엄청 이쁜가 보네요??'
'어 그럼 장난 아니야. 내가 말이야 어? 한 번은 그 쓰 뭐냐 얘가 아이 참 진짜 웃긴데
이 이 얘가 술 먹고 연락이 안 되는 거야 어? 나랑 말이야. 그래서 내가 어쨌는 줄 알아? 어?
야 들어봐. 그래서 내가 말이야 어? 저어기 지역 경찰청에 전화해서 어? 찾아달라고 막 이야기했거든?
근데 막 안된다는 거야 이것들이 어? 그래서 내가 화내면서 어? 막 따지니까 그때 찾아주더라고
내가 그때 심장이 진짜 어? 얼마나 어유 진짜 이 가시나 이거 진짜 술 좀 끊으라니까 진짜 말을
안 듣는다 말을 안 들어 허허허 허 야 웃기지 않냐?'
자신의 딸은 술을 좀 끊어야 한다며 한탄하지만 정작 자신은 40도짜리 중국술을 마시며 이야기하니
니아는 모순된 모습에 이질감을 느꼈지만 '하하' 하며 웃으며 맞장구 칠 뿐이었다.
덜컥, 쾅
어느새 차에 도착한 임혜인은 자신의 짐을 뒷좌석에 던져놓고 짙은 담배 냄새를 풍기며 조수석에 올라탔다.
순간 차가 오른쪽으로 끼익 소리를 내며 기울어졌지만 니아는 애써 모른척했다.
'오랜만이다 혜인아, 아직 담배 안 끊었어? 근데 너 피어싱이 더 생긴 것 같다?'
니아는 반가운 척하며 새로 생긴 피어싱에 대해 임혜인에게 물어봤다.
'남이사? 끊든 말든 뭔 상관이래 이건 이번에 뚫었지 오늘 아빠 없지?
지난번에 걸려서 혼났는데 또 뚫은 거 알면 진짜 뒤지게 혼날 듯 킥킥'
임혜인은 니아보다 약간 작은 키를 가졌지만 어릴 적부터 먹고 싶은 걸 잔뜩 먹어서인지
몸집은 니아의 가히 3배는 되어 보인다. 니아가 정말 마른 편이 아닌데도
임혜인 옆에 서면 이상하게도 작아 보이는 효과가 있어 니아는 자신도 모르게 약간 움츠려든다.
육중한 몸을 지닌 임혜인은 늘 담배 냄새를 풍기며 오른쪽 팔목에는 큰 강아지 문신이 하나 자리 잡고 있고
오른쪽 귀에 3개 왼쪽 귀에 2개 입술에 1개씩 총 6개의 피어싱이 있고 안 그래도 큰 눈에
짙은 화장이 더해져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풍긴다. 블랙을 극도로 좋아해 옷은 늘 올 블랙으로 맞춰 입는데
오늘도 검정 스니커즈 신발에 신발을 살짝 덮는 긴 검정 슬랙스에 화려한 형광 그래비티가 그려진
검정 티셔츠를 입고 왔고, 반 묶음 한 머리카락 사이사이 부분 금색으로 염색한 머리카락으로 포인트를
줬으나 누구나 임혜인을 처음 본다면 그녀의 강렬한 피어싱과 문신, 덩치에 이를 눈치채지 못한다.
'아 귀찮아 귀찮아 귀찮아 귀찮아 귀찮아 진짜 아'
임혜인은 뭐가 그렇게 귀찮은지 귀찮다는 말을 연신 뱉으며 신발을 벗고 조수석 대시보드에
큰 발을 올려두고 늘어져 핸드폰으로 연신 유튜브 영상을 큰 소리로 본다.
'하.. 내가 시발 셰프로 왔는데 왜 이런 망나니를 데리러 다니고 있는 건지 참.. 데리러 온건 난데
왜 지가 귀찮아하는 건데? 귀찮아 하기는'
니아는 떠오르는 생각들을 애써 무시한 채 리조트로 운전을 시작했다.
아까와 같은 차, 같은 길, 같은 날씨였지만 니아의 마음은 아까와 같지 않았다.
오른쪽 대시보드에 올라가 있는 거대한 발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꼬릿 한 발냄새와
고막을 때리는 시끄러운 영상소리, 뭐가 그렇게 웃기는지 낄낄 거리는 임혜인의 웃음소리가 화음을 이루자
니아는 올라오는 감정을 참기 힘들어졌고, 운전석의 창문을 열어 차 내부의 공기를 환기시켜도
소용이 없자 애써 참아오던 말을 조심스럽게 꺼낸다.
'혜인아 발 좀 내리고 영상 소리 좀 낮춰주면 안 되겠니? 어? 운전하는데 집중이 너무 안되는데?'
니아의 마음속에서 떠오른 말을 그대로 내뱉었다간 싸움이 날 께 물 보듯 뻔했기에 최대한 순화해서 말을 했지만 문장 속에 묻어있는 감정은 숨기기 어려웠고 임혜인은 이를 놓칠 리 없다. 당연하지만 자신은
기업 대표의 딸이고 무서울 게 없기 때문이다.
'언니 지금 나한테 짜증 낸 거야?? 언니가 뭔데 나한테 짜증을 내? 울 아빠도 뭐라 안 하는데 어?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언니가 뭔데 간섭이야 간섭은? 앞에 보고 운전이나 하지? 안 그래도 귀찮아 죽겠는데 시비 걸고 지랄이야 지랄이'
니아는 말을 하고 아차 싶었지만 예상보다 거친 임혜인의 반응에 아침부터 애써 억누르던 니아의 감정은 결국 터졌다.
'야 지금 뭐라 했냐? 어? 데리러 온건 난데 왜 네가 지랄이야 지랄이? 아침에 준비할 거 많아서 죽겠구먼 진짜 운전하는데 방해되게 있는 건 너잖아 어??????'
니아의 말에 혜인은 잠깐 말을 멈췄다.
그리고 아주 짧은 순간, 꺼진 핸드폰 화면을 통해 조수석에서 혜인의 표정이 비쳐 니아에게 보인다.
그건 니아의 예상과 달리 화가 아니라, 무언가 겁먹은 얼굴이었다.
그러나 혜인은 곧바로 웃으며 욕을 내뱉는다.
'언니 지금 욕한 거야? 나한테?? 미쳤네 진짜??'
'미친 건 너겠지 아냐? 운전해서 데리러 온 사람한테 그게 맞는 태도냐 어?'
'진짜 어이가 없네?? 언니 나 대표 딸인데? 나한테 그래도 되는 거야??'
'이건 대표님 딸인 게 중요한 점이 아니잖아 어?
인간 대 인간으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는 있는 거 아냐?'
'참나 언니 그렇게 안 봤는데 이제 보니 한 성깔 하는구나? 어? 그동안 어떻게 참았데? 뭐 일 그만하고 싶어? 이대로 집으로 보내줘??'
'보내는 말든 시발 이젠 몰라 나 더 이상 못해 이러나저러나 어차피 잘린다면 할 말은 다 해야겠어 미친년아'
'뭐 미친년? 이젠 진짜 막 나가기로 한 거야 어???'
임혜인에게 미친년이라는 소리는 이성의 끈을 끊어버리는데 적절한 표현이었고 이내 임혜인의 육중한 손이 니아의 머리로 향한다.
'진짜 이 언니가 보자 보자 하니까 내가 만만해?!'
거대한 손으로 작은 니아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흔들었고 니아는 흔들리지 않으려 버티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내 니아는 더 이상 한 손은 핸들을 놓고 임혜인의 굵은 팔목을 잡고 떼어내려 애썼고 체급차이에 소용이 없자 이내 시선을 잠시 임혜인에게 돌린다.
'야 이 미친년아 나 운전 중이잖아 같이 죽자는 거야? 이거 안 놔?'
' 어 안 놔 같이 죽자 그냥 시발련아'
두 여자의 싸움은 점점 격해졌다. 니아도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고 더 이상 운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싸움에 몰두한다.
빠아아아아아아아앙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볼보 덤프트럭이 니아가 몰던 벤츠 세단에 클락션을 크게 울린다. 니아와 임혜인이 타고 있던 차는 어느새 중앙선을 침범해 차의 절반이 중앙선에 걸친 채 가고 있던 것이다.
클락션 소리에 정신이 든 두 여자는 싸우고 있던 사실을 망각한 채 어느새 같은 편이 되었고 니아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있던 임혜인의 거대한 손은 니아의 작은 어깨를 퍽 퍽 치며 다급하게 말한다.
'어 어 언니 언니 시발 앞에 앞에 브레이크 브레이크
핸들 꺾어 얼른 아아아아악 박는다 박는다 박는다고오!!!!'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