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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영 Mar 22. 2019

덤으로 사는 인생

2018 가을. 특별했던 어느 날 밤

"이러다 늦겠다..!"
   

퇴근시간이 다가옴을 알리는 방송이 나오자, 급해진 마음에 서둘러 일을 마무리 해보려 하지만 여전히 풀어야할 과제가 책상 한 켠에 산더미다. 책상머리를 떠나지 못한채 끼니도 대충 빵쪼가리로 때우고 정말 '열일'한 끝에 간신히 격무를 마무리 짓고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간신히 잡아탄 버스 라디오에서는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흥얼대지만, 낭만이고 뭐고간에 나는 지금 부흥회에 늦어서 현기증이 날 것만 같다. 더군다나 오늘은 우리 로뎀이 청년들과 함께 찬양하기로 한 금요일, 특밤 마지막 날이 아니던가, 아침에 그래서 일부러 의상도 맞춰입고 출근했는데 오늘따라 왜이렇게 일복이 터졌는지 참 헛웃음만 나온다.


부랴부랴 기차를 갈아타고 다시 버스로, 내려서 시장골목을 지나 골고다 언덕을 넘어 여울아파트에 다다르니 희미하게 찬양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교회 주차장 모퉁이를 돌려는데, 괜히 분주했던 오늘 하루 서러움이 밀려와 눈물이 핑 돌았다.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선 예배당으로 올라갔다. 문 앞에서 나와 같은 처지의 집사님 한 분을 만났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짧은 인사 한마디에 큰 위로를 얻고난 후, 뒤늦게 예배당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왜 이리도 나에게 이 부흥회 시간이 간절했을까.


저마다의 간구함과 목마름이 있었겠지만, 나에게는 중요한 한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아내였다. 나 만큼이나 이 부흥회를 기대했던, 평소에도 늘 은혜에 목말라했던 아내에게 흘려보내기 위한 은혜를 담아가야했다. 아내는 부흥회가 열리는 3일간 어린이 부흥회 봉사자로 섬기느라 본당 특밤에는 한 번도 참석치 못했다. 나라도 좀 듣고, 완벽하진 않아도 내가 받은 은혜를 흘려보내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마음이 안타까웠다. 그나마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그 짧은 시간이라도 간절하고 귀한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3일의 부흥회 동안, 오정호 목사님의 입술을 통해 증거되는 하나님의 말씀 한마디 한구절도 내겐 더없이 간절했다.


그렇게 간절하게 담은 말씀은 나에게 도전이 되고, 힘이 되었다. 지난 10월 초 2주간 열린 사역박람회동안 교회 안에서의 다양한 섬김의 모습들을 보며, 우리 모든 성도님들처럼 나역시 우리 공동체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것도 하고 저기에도 다 마음은 조금씩 갔지만, 선뜻 나서기엔 좀 더 강력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직은 내 손에 쥔 것들을 내려놓지 못하다보니 섬긴다는 것이 내가 손해봐야 하고 양보해야 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이번 부흥회 하나님께서 오정호 목사님의 말씀 가운데 보여주신 것은 다름아닌 내 인생이었다. 첫 날, 다윗의 간증에 관하여 말씀을 듣고 나도 그와 같았으면, 그의 마음과 같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인생가운데 깨닫게 하신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공짜 인생. 덤으로 사는 인생이었다. 물론 내 입장에서 공짜이고 덤이었다. 왜냐하면 값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핏값으로 치르셨기 때문이다.


동네 빵집에서 빵을 잔뜩 사면 봉투에 사장님이 꼭 덤으로 빵하나를 더 넣어주신다. 그렇게 잔뜩 샀는데도 굳이 하나를 더 챙겨주신다. 사실 이 빵은 누가 달라고 하면 전혀 아까워하지 않고 그냥 줄 수 있다. 왜냐하면 나도 거저 얻은 빵이고, 덤으로 받은 선물이기 때문이다. 내 인생, 이미 내 죄 때문에 한 번 죽었는데 예수님이 덤으로 주셨다. 그럼 이거 덤으로 사는 인생인데, 이왕 예수님 기뻐하실 인생으로 사는 게 내가 손해볼 일 아니지 않은가. 공동체 안에서 섬기고 봉사하면 시간도 쪼개서 내야하고, 돈도 들고, 체력적으로 부담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젠 생각이 달라졌다. 이미 그것들 모두 내 것이 아니었다. 이미 값을 치르신 주님 것이다. 내 인생 예수 그리스도의 핏값으로 사셨으니, 하나님의 것이다.


그 은혜의 예배를 마치고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러 지하로 내려갔다.

아내도 아이들도 신났던지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니 여기도 은혜의 현장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치고 힘들지 않았을까 싶은 아내의 표정도 밝았다. 그래, 나의 인생도, 당신의 인생도 모두 덤으로 사는 인생이구나. 주님이 원하시고 주님이 기뻐하신다면 그 자체가 은혜의 삶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번 부흥회를 위하여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씀보다도 맡은 바 역할을 하고 계시는 수많은 일꾼들이 있음을 보았다. 아이들 부흥회에 섬겨주신 모든 교역자 및 교사분들 뿐만아니라 방송으로, 안내로, 준비로, 사진으로 섬겨주신 모든 분들 덕분에 교회에 오신 수원제일교회 온 성도님들 은혜의 말씀에 흠뻑젖을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진심으로 섬겨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또 모든 섬김의 손길과 땀방울을 주님께서 기뻐하실 줄로 믿는다.


성도로서 섬기는 사명이 참된 기쁨임을 이번 부흥회 가운데 들려주시고 깨닫게 해주신 은혜가 참 감사하다. 참 복된 교회다. 수원제일교회에 성도로서 있음이 참 행복하다.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 교회를 바라보시면서 크게 웃고 계실 것 같았다. 우리 교회도, 그리고 오정호 목사님 목회하시는 새로남 교회도, 이 땅의 모든 교회가 하나님 보시기에 참 흐믓하고 좋은 모습으로 다 같이 성장해나갔으면 좋겠다.



-2018년 11월 가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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